충남에 본사를 두고 부산에 제조공장을 둔 유명 기능성 신발업체가 특허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특허가 담긴 기능성 신발 핵심 부품을 영세업체로부터 수년간 납품받아 온 해당 업체가 특허 베끼기로 대체품을 만들어 판매해 왔다는 게 골자다. 이번 분쟁은 영세업체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기술 보호에 나섰다는 이유에서, 자본력이 충분하지 않아 침해 사실을 알고도 소송을 꺼리는 신발업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20일 부산지역 신발업계에 따르면 신발 안에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진동 단자(칩)를 개발한 아이무브를 포함한 공동 특허권자는 최근 특허심판원에 A사의 특허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권리범위확인심판’과 ‘무효심판’을 각각 제기했다.
아이무브 측은 진동판에 부착된 자석이 금속판을 움직여 진동을 발생하는 기술을 출원해 국내를 비롯한 미국·일본·중국에서 처음으로 특허를 획득했다. 법적 분쟁은 A사가 이와 유사한 특허를 출원해 대체품을 만들면서부터 검토됐다. 아이무브 측은 직원이 4명일 정도로 영세업체여서 소송비용을 마련하는 데만 수년이 걸렸다.
아이무브 측은 “‘혈류개선을 위한 진동장치가 구비된 기능성 건강 신발’과 ‘신발 등에 구비되는 진동장치’ 2종의 특허권 기술내용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면서 “A사가 관련 제품으로 받은 특허권도 원천기술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무효심판도 함께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A사는 2016년 8월부터 2020년 3월까지 4년여 동안 원천기술이 적용된 진동 단자를 아이무브 측으로부터 공급받아 기능성 신발을 제조·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각종 발명전시회에서 각종 수상을 휩쓸기도 했다. 그러다가 기존에 납품받던 부품과 유사한 대체품을 적용한 신발을 만들어 국내·외 대리점 150여 개를 통해 판매 중이라는 게 아이무브 측의 주장이다.
특허심판원이 아이무브 측의 손을 들어주면 신발 판매 금지 조치와 이미지 하락에 따른 매출 감소 등으로 인한 대리점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아이무브 측은 “특허심판원의 심결 결과가 나오는 대로 판매금지가처분을 신청해 A사 대리점에서 특허권을 침해한 신발을 판매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그 외 필요한 민·형사 소송을 추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A사 측은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면서도 한 달이 넘도록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부산 신발업계에서는 부산시의 적극적인 지원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세업체의 경우 특허침해가 있어도 고액의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관계자는 “특허 소송은 특허를 침해했다는 내용을 직접 입증해야 하고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 영세업체가 사활을 걸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산에 영세 신발 부품업체가 많이 모여 있는 만큼 침해 대응을 위한 법률 자문과 소송 비용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아이무브 측으로부터 해당 부품을 공급받아 기능성 신발을 생산하던 B사는 자체 제작한 모방 진동 단자를 신발에 넣어 판매하다가 특허권 침해소송에서 패소했다. 현재 아이무브 측은 B사를 상대로 14억 원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