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새 당 대표 선출을 위한 7·23 전당대회의 대진표가 21일 완성됐다. 특히 대세론을 형성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나경원 의원이 포위하듯 공세를 펴 당권 대결이 빅3 구도로 재편될 조짐이다. 다크호스로 꼽히는 5선의 윤상현 의원은 이날 전대 출사표에서 “보수 대혁명으로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24~25일)을 사흘 앞둔 이날부터 각 후보들은 본격적인 선거 모드에 돌입했다. 나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일요일 출마를 선언한다”며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공교롭게 23일 오후 1시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선언 기자 회견을 열기로 해 같은 날 오후 2시 출사표를 던지겠다고 먼저 밝힌 한 전 위원장에 앞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아울러 원 전 장관은 한 전 위원장의 회견을 지켜본 뒤 23일 오후 3시 당 대표 출마를 발표하기로 해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두 사람이 같은 대학 10년 후배인 한 전 위원장을 포위하는 형국을 연출하게 됐다. 실제로 여권에서는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한 전 위원장에 맞서 정치 경험이 많은 두 사람이 경쟁 속에 연합 전선을 펴며 당권을 확보하는 선거전을 펼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1차 투표에서 한 전 위원장이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2위 후보와 결선 투표를 벌여야 해 막판 나·원 연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 의원은 이날 출마 일성으로 ‘통합의 정치’를 내걸면서도 “줄 세우고 줄 서는 정치, 대통령실을 팔거나 제2의 연판장 사건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어 친윤계의 지원을 받는다는 관측이 제기된 원 전 장관을 우선 견제했다. 나 의원은 지난해 3월 당 대표 선거에서 유력 주자로 거론됐지만 친윤계 초선들이 연판장을 돌려 불출마를 압박해 도전을 접은 바 있다.
원 전 장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 당 소속 의원들에게 “우리 모두 동지”라는 내용의 명함을 돌리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전임 당 대표였던 김기현 의원과 면담 후 “역사상 가장 무도한 야당 지도부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당으로서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전 장관은 당권 도전 결정을 공개하기 전날인 19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데 대해 “전당대회와 관련해 윤상현·나경원 의원도 이미 다녀갔고 (윤 대통령이) 격려해줬다” 며 “제 출마 결심은 그와 별개로 결정해 대통령에게는 전화상으로 보고를 드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자기 책임은 전혀 없고 모든 것이 남의 책임이고, 정치적 자산과 기회는 개인화하려는 식의 정치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한 전 위원장도 갈등 관계인 친윤계 의원들을 포함해 여당 인사들에 일일이 전화를 걸며 선거운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는 ‘당정 불화’ 가능성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에 “국민의 입장에서 대통령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전해졌다.
윤 의원은 이날 지역구인 인천 미추홀구 용현시장에서 세 사람에 앞서 출마를 공식화했다. 윤 의원은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을 향해 “두 분은 민주당과 싸워서 졌다”며 “정치는 선거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여권의 또 다른 잠룡으로 꼽혀온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무의미한 도전이라고 결론 내렸다”며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