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모두 부산行?…새 금노위원장 첫 행보로 투쟁 예고

이성권 의원, 기은·수은·예보 부산이전法 발의
새 금융노조 "국책은행 이전 반대 대대적 투쟁"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슈가 재점화한 가운데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본점까지 부산으로 이전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최근 보궐선거로 당선된 새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당선 후 첫 행보로 산은 이전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등 강경 투쟁을 예고하면서 갈등이 예상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하갑)은 지난 19일 기은과 수은, 예보 본점을 부산에 두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금융중심지로서 부산의 위상을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해 국내의 굵직한 금융기관들이 선제적으로 부산으로 이전해 안정적인 금융생태계를 조성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산은, 기은, 수은과 함께 예금자 보호와 금융제도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국책기관인 예보를 부산으로 이전해 부산의 금융생태계 조성의 견인차가 되도록 하고 금융중심지로서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산은 이전 관련 법안도 재발의 됐다. 최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산은 본점을 부산에 두도록 하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산은 본점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은행법 4조 1항에는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돼 있다. 산은 이전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주요 국정과제다. 지난해 초 금융위원회가 산은 이전 계획을 연내 승인하겠다는 내용의 업무계획을 발표했고 산은 역시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제출했다. 산은은 서울에 100명 정도의 최소 인력만 남기고 부산으로 본점을 옮기는 방안을 금융 당국에 보고한 상태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최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이전 추진 입장을 밝히며 이전 이슈는 재점화되고 있다. 강 회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22대 국회 정무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정부와 함께 국회 설득을 지속해 나가면서 산은법 개정 전이라도 실질적인 이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산은의 부산이전은 국책과제로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사안으로 부산 지역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자는 명제에 어느 분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책금융기관들을 대거 부산으로 이전하려는 법안이 발의되자 반발 움직임도 커지는 모양새다. 최근 보궐선거로 당선된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20일 당선 첫 행보로 산은 본점 로비에서 진행된 목요집회에 참석해 “최근 강 회장이 대통령이 나서 추진하는 산업은행 이전 정책에 산업은행 직원들과 노조가 반대 의사를 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을 봤다”며 “법으로 금지돼 있는 산은 이전을 불법적으로 시행하려는 본인들의 행태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부산 이전이 거론되는 기은에서 지부장을 맡고 있어 저지 투쟁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노조 위원장일 당시 수석부위원장을 맡아 산은 부산 이전 저지를 이끌기도 했다. 그는 “국책은행 이전 반대 투쟁을 명실상부한 금융노조의 대대적 투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집행부가 산은 목요집회에 참석한 다음날인 21일에도 성명을 내며 투쟁 수위를 올리고 있다. 금융노조는 “‘영남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이 지역 편중 법안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분산’과 ‘이전’은 금융도시 전략과 배치되며 금융기관 지방 이전은 그 최대 명분인 국토 균형발전에도 큰 효과가 없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