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이란 대선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이란 대선 토론회도 경제 화두…"토지 분배" 등 공약
후보자 6인, 지식인·청년세대 겨냥한 교육 개혁도 제시


이란 대통령선거를 일주일 여 앞둔 20일(현지시간) 후보자 토론회에서는 경제 문제가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이란 국영 프레스TV에 따르면 대선후보 6명은 이날 국영 IRIB 방송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토론에서 경제 살리기 방안과 교육 개선 정책을 앞다퉈 제시했다. 대선 후보자 토론은 지난 17일에 이어 두 번째다. 첫 번째 토론에서는 모든 후보가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개혁 방안을 내세웠다.


유력 후보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63) 마즐리스(의회) 의장은 "뛰는 물가와 임금 사이 격차를 해소해야만한다"며 의료, 생필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복지카드 지급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사람들이 건강에 대해 걱정하지 않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며 자신의 의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건강보험 수혜자가 600만명 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부동산 미보유자를 겨냥한 토지 분배, 젊은 부부를 대상으로 3년간 임대료 무상으로 75㎡ 면적의 주택 제공, 해안가 제2수도 건설 등을 약속했다.


후보 대다수가 보수 강경파인 가운데 유일하게 개혁파로 분류되는 심장외과 의사 출신 마수드 페제시키안(70) 의원은 교육 부문 개혁을 앞세웠다. 페제시키안 의원은 "대학 졸업자들의 실업률이 가장 높은데, 이는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정책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교수진 급여 인상을 추진하고 지식층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공립 중등학교 졸업생들의 80%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실정을 지적하며 사립학교에 버금가는 공립학교 환경 조성과 더불어 교육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미르호세인 가지자데 하셰미(53) 부통령은 정부 예산에서 교육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9%에서 30%로 파격적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 내각 멤버인 그는 지난달 불의의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업적을 추켜올리며 지지층 끌어안기를 시도했다. 가지자데 하셰미 부통령은 "라이시 대통령은 부패를 용납하지 않았다"며 "그가 재임하는 동안 소외 지역에 의사 1만명이 파견되는 등 의료 역량이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측근이자 '충성파'로 분류되는 사이드 잘릴리(59) 전 외무차관은 기성 정치권에 냉담한 청년세대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잘릴리 전 차관은 "Z세대는 우리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도 그들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달성하지 못한 정책 목표에 대해 설명해야 하고, 선거에 대중의 광범위한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리레자 자카니(58) 테헤란 시장은 풍부한 행정 경력을 앞세웠다. 자카니 시장은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 5년 내에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생활 부문에서도 사람들이 지급받는 보조금을 30∼40%까지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자카니 시장은 대학 교수진 임금 인상 필요성과 더불어 이슬람 신학교의 역할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스타파 푸르모하마디(64) 전 법무장관은 대학 환경을 폐쇄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고 다양성을 수용해야만 한다며 "지식인과 교수, 교사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바꿔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푸르모하마디 전 장관은 "에너지 보조금을 적절하게 관리해 유럽처럼 높은 생활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에너지 무상 공급을 최종 목표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도 말했다.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28일 대선 전까지 3차례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선거는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로 꼽히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사망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이란은 수십년간 이어진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경제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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