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7일 치러지는 일본 도쿄도 지사 선거에 역대 최다 인원이 후보자로 등록한 가운데 선거 포스터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후보자와 상관 없는 여성의 나체 사진을 사용하거나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 영토"라는 문구를 새기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경시청은 이번 선거 포스터 게시판에 알몸 여성 사진을 게재한 남성 후보자에게 도 민폐방지조례 위반 혐의(외설스러운 행동)로 경고 조치를 내렸다.
논란이 된 포스터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지 말라’는 문구와 함께 여성의 가슴과 하체 주요 부위만 가린 사진이 첨부됐다.
포스터에 등장한 사진 모델은 일본에서 레이스퀸 등으로 활동 중이다. 이 여성이 직접 해당 포스터를 선거 게시판에 붙이는 장면이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되기도 했다.
포스터를 제작한 남성 후보자는 21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것이든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한다”고 했다. 또 아사히신문에는 “(경찰로부터 포스터를) 빨리 떼라는 요구를 받아 그렇게 하겠다”면서도 애초 포스터 내용이 “합법적이라고 생각했다. 성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스터에 모델로 등장한 여성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도쿄 코리아타운과 조선학교 앞 선거 게시판에는 일장기와 함께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는 포스터와 납북 피해자를 돌려보내라는 포스터가 대량으로 부착되기도 했다.
정치단체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의 당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인물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영상으로 공유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에서 "(북한에) 납치된 피해자 전원 귀환과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라는 포스터를 코리아타운과 조선학교 앞 게시판에 붙였더니 반향이 대단하다"고 적었다.
이 같은 일은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이 선거 게시판을 활용해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후보 24명을 출마시키면서 발생했다.
이 단체는 도쿄도 내 1만4000곳에 설치되는 선거 게시판에 후보자 포스터 대신 돈을 내는 사람이 원하는 포스터를 붙여 주겠다며 기부자를 모집했다.
아사히신문은 "게시 대가로 게시판 1곳당 1만엔(약 8만7000원)을 요구했다"며 도심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약 900곳에 포스터 게시를 희망한다는 문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한편 도쿄도 선거관리위원회에는 20일부터 이틀간 선거 포스터와 관련해 1000건 이상의 불만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도쿄도지사 선거에는 이번에 역대 최다인 56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도쿄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선거를 위해 준비한 선거 게시판은 후보 48명의 포스터만 부착할 수 있는 크기로 제작됐다. 이에 선관위는 49번째 이후 신고한 후보 8명에게는 게시판에 연장해 포스터를 붙일 수 있도록 판과 클리어 파일을 제공하면서 직접 부착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