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옥죄는 금감원… 유죄추정에 밸류업 '발목'

이복현號, 미확정 혐의 발표… '유죄추정' 지적
금융사 "기업 평판 악화… 영업 어려워"
"금감원, 무죄추정의 원칙 준수해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 제공=금융감독원

"기업들이 성장과 혁신을 위한 경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3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4일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에선 하반기 중점 과제 중 하나로 밸류업 프로그램 지속 추진을 언급하는 등 기업 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꾸준히 강조했다.


그러나 이 원장 취임 후의 금융감독원은 오히려 금융사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금융사를 검사할 때 '유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확정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언론 보도를 하면서 실제적인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6월 이 원장 취임 후 현재까지 검사 진행 과정에서 잠정적인 혐의에 대해 배포한 보도자료는 약 일곱 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해당 자료를 보면 '위반 행위를 발견(잠정)하였음', '금일 발표는 잠정적인 내용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변경될 수 있음' 등 위반 사실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원장이 취임하기 이전 5년간(2018년 6월~2022년 5월) 라임, 옵티머스 사태 등 시장 영향력이 중대한 사안에 대해 제한적으로 '검사 중간 결과'를 발표한 것과 대조된다.


금융사 관계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한 후 느껴지는 가장 큰 변화는 확정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 보도자료를 배포한다는 점이다"면서 "업계가 좁고 소문이 빠르기 때문에 금감원에서 익명으로 발표하더라도 누가 검사받는지 금방 다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잠정적인 사실에 대해 발표하다 보니 실제보다 부풀려진 소문이 확산하는 경우도 있어 단순히 평판 악화를 넘어 영업 자체가 힘들어지는 등 실제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며 토로했다.


대한민국은 범죄 혐의에 대해 헌법 제27조 제3항에 따라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무죄 추정의 원칙'은 국민에게 보장된 기본권이고 형사소송법의 대원칙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 전문 변호사는 "법원에서도 확정판결하기 전까지는 헌법에 따라 무죄 추정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금융 당국이 검사 도중 잠정적으로 확인된 혐의를 언론에 알리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행태"라고 꼬집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사가 높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에 대해 검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며 "과장된 소문 및 시장 혼란을 방지하고, 금융사들에도 사고 발생 경위와 예방법 등을 미리 전파하고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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