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톤 아이오닉5를 순식간에 '번쩍'…QR코드 따라서 '발렛파킹'도 척척 [car톡]

■ 로봇친화형 빌딩 '팩토리얼 성수' 가보니…
한 쌍의 주차로봇 좁은 공간에서 주차실력 뽐내
국내 첫 상용화 서비스…최대 50대 주차관제도
빌딩 관제시스템과 실시간 통신하는 배달 로봇
출입 게이트·엘리베이터도 아무 문제 없이 통과
지하1층 카페에서 9층 회의실까지 2분 만에 배달
현대차·기아 "로보틱스 기술 타 건물로 적용 확대"

아파트나 빌딩에 주차를 할 때 ‘주차 빌런’을 만나면 당혹스럽다. 바퀴가 주차 구획선을 물고 있거나 바짝 붙어 있어 주차면을 죽은 공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주차를 한 뒤 조수석 문을 열고 나오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이 급할 땐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차장에서 이런 일로 불쾌감이 드는 상황이 줄어들 전망이다. 주차로봇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좁은 주차 공간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주차 로봇은 얇고 넓은 형태의 로봇 한 쌍이 차량 하부에 들어가 바퀴를 들어올려 이동시키는 방식이다./서민우기자

지난 20일 주차로봇 서비스를 시작한 ‘팩토리얼 성수’를 찾았다. 팩토리얼 성수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성수동에 지은 로봇 친화형 빌딩이다. 2022년 11월 착공해 올해 2월 완공됐다. 서울 성수동 2가에 연면적 2만1060㎡(약 6370평),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다. 현대차(005380)그룹은 이지스자산운용과 협업해 팩토리얼 성수에 배달로봇, 무인 주차로봇, 전기차 충전 로봇 등 그룹의 최첨단 로보틱스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일종의 ‘테크 레디 빌딩’인 셈이다. 현대차의 로보틱스랩도 공유 오피스 공간인 9층과 10층에 입주해 있다.


현대위아가 주차관제·카세어링 업체인 휴맥스모빌리티와 손 잡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주차로봇은 팩토리얼 성수 지하 4층에 위치해 있다. 주차면은 총 6개면으로 3개면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가운데 공간은 주차로봇이 움직일 수 있게 비어 있다.



로봇은 최고 초속 1.2m의 속도로 최대 2.2톤의 차량까지 자동 주차할 수 있다. /서민우기자

주차로봇 서비스는 고객이 업무용 차량을 이용할 때 차량을 지정된 장소로 꺼내 주거나 이용이 끝났을 때 지정된 장소에 고객이 차를 반납하면 자동으로 주차해준다. 로봇이 하는 발셋파킹을 떠올리면 된다.


주차 로봇은 얇고 넓은 형태의 로봇 한 쌍이 차량 하부에 들어가 바퀴를 들어올려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로봇의 두께는 110mm로 어떤 차량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장착된 라이다 센서를 통해 로봇이 차량 바퀴의 크기와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들어올릴 수 있도록 했다.


로봇은 최고 초속 1.2m의 속도로 최대 2.2톤의 차량까지 자동 주차할 수 있다. 특히 로봇이 전후좌우 모든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있도록 개발돼 주차가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도 차량을 이동시킬 수 있다. 같은 면적의 공간에 더 많은 주차면을 확보할 수 있어 공간 활용성을 크게 높여준다.



주차로봇 서비스는 좁은 공간에서도 차량을 주차면에 넣거나 빼낼수 있다. /서민우기자

현대위아가 개발한 주차로봇은 바닥에 있는 QR코드를 인식해 이동한다. 강신단 현대위아 모빌리티솔루션기획실 상무는 “주차로봇 서비스에선 0.1초, 0.1m의 오차가 발생해도 차량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정확성이 생명"이라며 “비슷한 공간들로 구성돼 있는 주차장 내부에서 로봇이 주변 환경을 잘못 인식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 하기 위해 주차장 바닥에 가이드 역할을 하는 QR코드를 붙여놨다”고 설명했다.


현대위아는 최대 50대의 주차 로봇을 동시에 관제할 수 있는 ‘스마트 주차 관제 시스템’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주차 로봇이 최적의 경로로 운행하고 여러 대의 차량을 효율적으로 배차할 수 있도록 돕는다. 향후에는 사람이 주차하는 차량이나 무인 주차지역에서의 상황도 모두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카페 직원이 배달 로못 ‘달이 딜리버리’에 주문받은 커피를 올려놓고 있다. /서민우기자

팩토리얼 성수엔 현대차·기아(000270) 배달 로봇인 ‘달이 딜리버리(DAL-e Delivery)’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딜리버리는 고객이 모바일 앱을 통해 음료를 주문하면 지하 1층에 마련된 카페에서 커피 등 음료를 수령해 고객이 있는 사무실이나 회의실까지 음료를 배달해준다. 건물 엘리베이터와 출입문 등 관제 시스템과 통신하기 때문에 스스로 건물의 각 층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통신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 경로를 생성, 사람보다 빠르게 배송한다. 이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은 로봇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로봇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달이 딜리버리는 건물 관제시스템과 실시간으로 통신하며 출입 게이트도 알아서 통과한다. /서민우기자

이 빌딩 9층에 입주한 고객사의 한 직원이 회의실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커피 5잔을 주문했다. 커피를 주문한지 10여분이 흘렀을까. 사다리꼴 모양의 배달로봇 ‘달이 딜리버리(DAL-e Delivery)’가 트레이에 커피 5잔을 싣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직원이 있는 회의실에 도착한 달이 딜리버리는 전면에 장착된 카메라로 주문한 직원의 얼굴을 인식 한 뒤 트레이를 앞으로 빼내어 커피를 안전하게 배달했다. 카메라와 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수령 대상자를 인식해 음료를 전달한다. 현대차·기아가 자체 개발한 안면인식 기술은 정확도가 99.9%에 이른다. 대형 트레이를 장착한 달이 딜리버리는 한 번에 커피 16잔, 10kg 무게의 물품까지 배달할 수 있다.



달이 딜리버리는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어 건물 어디든 배달이 가능하다. /서민우기자

커피를 수령한 직원은 “보통은 회의 중간에 직원 1명이 내려가 커피를 가져와야 했는데 너무 편하다”며 “내용물도 흔들리지 않고 카페에서 먹는 그대로”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현대차·기아는 달이 딜리버리의 배송 서비스가 빌딩 입주자들의 편의를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팩토리얼 성수에는 총 3대의 달이 딜리버리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 투입 대수를 늘리고 택배나 우편물 배송 서비스까지 범위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홍광진 현대차그룹 로보틱스사업3팀장은 "달이 딜리버리의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으로 팩토리얼 성수를 로봇 토탈 솔루션이 적용되는 최초의 건물로 만들 것”이라며 “고객들이 공간의 가치를 평가할 때 로봇 서비스의 유뮤가 주요한 기준이 될 수 있도록 다른 건물까지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 9층에서 커피를 주문한 현대차그룹 소속 직원이 달이 딜리버리에서 안면 인식을 한 후 커피를 꺼내고 있다. /서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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