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현직 대통령 부인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넘은 산이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역사상 유례 없는 수사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나 소환 조사 등 과정이나 진척에 따라 여야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는 탓이다. 한쪽 수사에만 가속을 붙일 경우 검찰은 ‘선택적 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의욕 없는 모습에는 ‘정치권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두 여사에 대한 동시 수사로 검찰의 정치 중립성이 시험대에 오르는 게 된 셈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지난 19일 대통령실 조모 행정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이 대통령실 인사를 불러 조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 행정관은 김건희 여사를 보좌해 온 측근 인사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특히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 등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청탁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지목한 인물이기도 하다. 최 목사는 조 행정관이 전화해 “김창준 의원님 건으로 ‘서초동’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청탁 내용 검토 결과를 설명한 내용이 담긴 녹취를 앞서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또 조 행정관이 이후 국가보훈부 사무관의 연락처를 전달해줬다며 문자 등도 제공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은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외유성 출장 의혹 등을 고발한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을 불러 약 11시간 가량 조사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고발이 접수된 지 약 6개월 만이다. 이 시의원은 해당 의혹에 이어 올 1~2월에는 샤넬 재킷 대여·착용 후 미반납·청와대 경호관의 개인 수영강습 등 의혹으로 김정숙 여사를 고발한 바 있다. 해당 의혹 사건 수사는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검찰이 최근 업무 부담 등을 고려해 형사1부에서 형사2부로 재배당하면서 본격화됐다.
유례 없는 전·현직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동시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과정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줄곧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는 입장이지만, 두 수사의 진행 과정 등에 따라 여당은 물론 야권의 집중 비판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인 등 소환 조사나 압수수색까지 강제 수사가 한 쪽에서만 속도를 낸다면 ‘편파 수사’와 같은 질책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김건희·김정숙 여사 가운데 한 명만 불러 조사하거나, 아예 진행치 않고 서면 조사에 그친다면, ‘검찰이 역시나 권력 눈치만 보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일 수 있다. 공무원이 아닌 영부인에게 적용할 처벌 규정·직무 관련성 등까지 명확하지 않은 만큼 납득할 만한 기소·불기소 사유를 내놓을 지도 앞으로 검찰 운명을 결정할 지점으로 꼽힌다. 부실 수사나 편파 수사 등 비판이 야권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기소청 전환 등 이른바 ‘검수완박 시즌2’의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두 여사에 대한 수사가 향후 검찰 운명까지 좌우할 갈림길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한동안 제자리 걸음만 이어가던 수사가 전담수사팀 구성·재배당에 따라 본격화해 통상 수사와 시작점이 다르다”며 “두 여사를 직접 불러 실제 조사할 수 있을 지 등에서 검찰 수사의 명암이 갈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건희 여사의 경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 가방 수수 의혹, 김정숙 여사도 인도 타지마할 외유성 출장·청와대 경호관의 개인 수영강습 의혹 등으로 고발되어 수사가 진행됐거나,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직접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하지만 대상이 전·현직 대통령 부인인 데다, 적용 혐의 등도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검찰이 실제로 부를지, 서면으로 조사할 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 소환을 두고, 야권에서는 왜 하지 않느냐고 비판하고, 김정숙 여사 사건 수사에 대해서는 여권이 신속한 수사를 압박하고 있다”며 “두 수사가 말 그대로 ‘잘 해봐야 본전’인 탓에 검찰의 고심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