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협동조합 등 상호금융권에 석달 새 14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상호금융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예·적금 상품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작년부터 상호금융 조합원 출자금 배당 소득세에 대한 비과세 한도가 두 배 늘어나면서 절세에 민감한 ‘재테크’ 족들의 관심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4월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조합의 수신 잔액은 올해 1월보다 13조 4164억 원 급증한 633조 257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달과 비교해도 1조 5310억 원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이 11조 6412억 원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호금융권에 시중 자금이 대거 몰린 것은 ‘금리’ 영향이 크다. 올 4월 기준 신협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3.82%, 농협·수협 등은 3.58%로 시중은행 정기예금(1년 만기) 평균 금리(3.56%)보다 모두 높다.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과 상호금융 모두 금리를 인하했지만 신협 등 상호금융권이 은행보다 금리를 덜 내리면서 금리 차는 지난해보다 더 벌어지는 추세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최근 5개월(2023년 11월~2024년 4월) 사이 0.62%포인트 내린 반면 신협과 농·축협은 각각 0.22%포인트, 0.3%포인트 인하하는 데 그쳤다.
금융권은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는 상호금융사들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 시중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호금융권(새마을금고 제외)의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은 2.97%, 고정이하여신비율 3.41%로 전년 말 대비 각각 1.45%포인트와 1.57%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이 같은 기간 0.25%에서 0.38%로 0.13%포인트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부실채권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신협의 경우 올해 5월 연체율이 6% 후반대까지 상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이달 초부터 신협중앙회에 대한 수시 검사에 착수해 연체율과 부실채권 정리 상황을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며 전체 상호금융권에 대한 건전성 개선 방안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부실채권이 늘면 결국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아야 하고 부실채권 상·매각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유동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텐데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높은 금리를 제공해서라도 자금을 확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조세특례제한법’이 통과되면서 올 1월부터 조합원의 출자금 배당소득세 비과세 한도가 당초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상향된 점도 상호금융권의 수신 자금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농협·수협·신협 등 상호금융권 전체를 합산해 원금 3000만 원까지는 이자소득세가 1.4%만 부과되는 데다, 상호금융 각 중앙회에서 출자금을 제외하고 원금과 이자를 합해 1인당 5000만 원까지 예금을 보호해주는 것도 매력적인 투자 요인으로 꼽힌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조세특례제한법 통과 후 기존 출자자가 납입하는 출자금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약 40% 증가한 것은 물론 새로운 출자자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