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예측진단 솔루션을 개발하는 벤처 기업인 가온플랫폼은 지난달 처음으로 인도인 직원을 채용했다. 자사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제품을 상용화하기 앞서 인도 현지에 거주하는 개발자에 시제품 제작을 맡기기로 한 것이다. 이성균 가온플랫폼 차장은 “국내에선 비용과 시간 등 문제로 인해 개발 프로젝트에 필요한 스펙을 가진 인력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미 검증받은 우수한 해외 개발자를 빠른 시간 안에 확보하고 실무에 투입하려고 인도인 개발자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만성 구인난에 허덕이는 벤처 업계에 인도인 개발자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한국에 오지 않아도 현지에서 일하는 원격 채용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24일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정부 연계로 시작한 인도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 사업에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간 총 265개의 중소·벤처 기업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66곳이 면접을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20개사가 61명의 개발자를 뽑았다.
눈에 띄는 점은 61명 중 60명이 원격 채용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비자를 발급받는 번거로운 절차 없이도 현지에서 신속하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구인난을 겪는 벤처 기업들이 중급 실력의 개발자를 구하는 데 수월해진 것이다. 벤처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인도 개발자에 프로젝트를 맡기는 업무 방식이 수십년 전부터 흔했다”면서 “코로나19 이후 국내 벤처 기업도 외국인 직원을 원격 채용하는 데 대해 개방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개발자 채용 문턱이 크게 낮아진 데엔 새롭게 등장한 외국 인력 매칭 전문 기업들의 역할이 컸다. 중소벤처기업부·벤처기업협회와 채용 사업 협력사인 세컨드팀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 97개국 6만 명 이상의 경력 개발자가 이 회사의 해외 개발자 채용 중개 플랫폼 ‘슈퍼코더’에 등록돼 있다. 모집부터 채용 확정까지 전 과정을 한 곳에서 관리하고 데이터화해 현지 인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
수상스포츠 관련 디지털 제품을 제작하는 아티슨앤오션의 김정일 대표는 “인력 매칭 플랫폼을 통해 개발자 수요 기업과 외국 개발자를 연결하는 중간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면서 “인도는 개발자 풀이 국내에 비해 훨씬 넓어 채용 공고를 한번 내면 순식간에 수십, 수백명이 지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디지털화의 영향으로 국가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만큼 현지 개발자 채용은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 개발자에 만족한 김 대표는 한국에 이주해 일할 수 있도록 2명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 절차를 진행 중이다.
벤처·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차원에서 외국인 인력 채용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성균 차장은 “해외 시장은 국내와는 전혀 다른 문화와 환경으로 사업이 추진된다”면서 “해외 시장에 대한 이해와 원활한 소통, 현지화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해외 직원 채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도인 개발자 채용과 관련해 다양한 요소를 따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김정일 대표는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해외 개발자를 채용하고자 하는 회사가 많다”면서도 “출장·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문제를 고려하면 사실 비용은 큰 장점은 아닐 수 있어 외국인 채용에 대해 다각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