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美 경제학자는 모두 공산주의자?

캐서린 람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트럼프 관세'로 소비자 부담 느는데
공화, 비판 시각에 '막시스트' 매도
재선땐 제동 걸 참모 자취 감출듯


“지금 미국의 경제학자는 거의 모두 공산주의자다.”


적어도 공화당전국위원회(RNC)는 그렇게 말한다. 최근 애나 켈리 RNC 대변인은 “관세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라는 주장은 외주 업체들과 중국 공산당이 날조한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선언했다.


켈리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안한 관세 비용을 미국인 소비자들이 지불하게 될 것이라는 여러 경제 전문가들의 경고에 대한 RNC의 공식 반응이다. 경제 전문가들이 내놓은 결론은 부분적으로 전 대통령이 재임 때 일으킨 수차례의 무역 전쟁에 바탕을 뒀다. 이른바 ‘트럼프 관세’ 비용을 여러 차례 면밀히 분석한 경제 전문가들은 관련 비용이 해당 제품의 가격 인상을 통해 전부 혹은 부분적으로 미국인 소비자들에게 전가됐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에 나온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의 새로운 관세안이 미국의 중간소득 가구에 매년 1700달러의 추가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추산됐다.


트럼프의 사당으로 전락한 공화당의 간부들은 그가 쏟아내는 ‘막장 아이디어’를 일일이 두둔하고 방어한다. 이 같은 사정 탓에 트럼프 관세안에 비판적인 경제 전문가들은 ‘외주 업체’ 혹은 ‘마르크시스트’로 매도된다.


트럼프가 최근 제시한 관세안의 예상 경비는 어마어마하다. 예를 들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트럼프가 제안한 10%의 보편 관세와 중국 제품에 대한 60%의 추가 관세에 따른 경비는 그의 2017년 감세안이 연장될 경우 미국인들이 얻을 금전적 혜택을 말끔히 씻어낸다. 또 소득 하위 80%권에 속한 가구들은 실질적으로 세금 순인상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 정도는 트럼프의 가장 온건한 세제안을 가상했을 때의 시나리오다. 지난주 공화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트럼프는 소득세를 전면 폐지하고 이를 관세로 대체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 같은 제안의 타당성은 산술적으로 입증이 불가능하다. 현재 연방소득세로 거둬들이는 세수는 연 3조 달러 정도다. 소득세를 폐지하면 당장 3조 달러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매년 우리가 수입하는 상품의 총액은 3조 달러에 불과하다. 관세가 아니라 수입품의 가치가 3조 달러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트럼프가 모든 수입품에 100% 관세를 물릴 수 있지만 이처럼 세금이 올라가면 수입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론은 자명하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외국 상품에 100%의 보편 관세를 매긴다고 해도 소득세 폐기에 따른 세수 결손을 보전할 수 없다. 무모한 관세는 미국 경제를 해칠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세제의 역진성을 강화하며 우방국들의 보복을 불러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를 거들고 있다. 2020년 대선 맞대결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의 관세가 소비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해가 된다고 정확하게 지적했다. 최근 바이든은 트럼프가 제안한 무역 전쟁 강화안을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그의 말과 행동은 심한 불일치를 보인다. 바이든은 트럼프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다른 무역 장벽으로 대체했다.


마지막으로 누가 재집권한 트럼프의 스태프가 될지 살펴보자. 1차 집권기 동안 트럼프가 마구잡이로 쏟아낸 최악의 정책 아이디어는 실행되지 않았다. 부분적인 이유는 그의 무능한 하수인들이 졸속으로 일을 처리해 행정부가 연이어 소송에 휘말린 데 있다. 그의 유능한 심복들이 어리석고 부도덕하기 짝이 없는 보스의 ‘본능’이 정책으로 연결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저지한 것도 한몫했다. 예를 들어 경제보좌관이었던 게리 콘은 트럼프의 눈에 띄기 전에 그의 집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무역 관련 문건을 치워버렸고 재무장관이었던 스티븐 므누신은 막무가내인 보스를 상대로 자신에게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납득시킴으로써 시장 붕괴를 막았다. 반면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존 켈리는 국세청(IRS)을 동원해 자신의 적들을 괴롭히려는 트럼프의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이들과 같은 ‘방안의 어른들’은 트럼프의 집권 2기 행정부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트럼프 측근들의 모임인 ‘프로젝트 2025’는 보스의 명령을 어김없이 실행하고 그의 뜻을 좇아 무역을 비롯한 모든 이슈를 꼼꼼하게 처리해줄 ‘전문적 능력을 지닌 충성 분자’ 선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2차 집권기를 떠받칠 트럼프의 인재들은 ‘비밀 공산주의자’가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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