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무인수상정(USV) 수주전…기술 차별화 ‘LIG넥스원’ vs 개발 선구자 ‘한화시스템’[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무인수상정 ‘가성비’ 최고 개발 ‘러시’
‘해검’ 다중센서 수중 탐지 임무 수행
‘해령’ 저궤도 위성 활용 원격통제기술

지난 2023년 6월 8일 오후 해군 부산작전기지에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네이비 씨 고스트(Navy sea Ghost)를 적용한 상륙작전이 시연되고 있다. 맨 앞에 LIG넥스원이 개발한 ‘해검’과 한화시스템의 ’해령‘이 기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정학적 야욕을 드러낸 ‘자존심’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교가 하나 있다. 바로 ‘크림대교’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케르치해협 대교)를 강제 병합한 이후 길이 12마일(약 19,3km)의 크림대교를 건설했다.


크림대교는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러시아군의 핵심 보급로 역할을 해 공격 대상 1순위로 꼽힌다. 예상은 현실로 증명됐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침공을 시작한 이후 2023년 10월 폭발로 파괴됐다가 복구되기도 했다. 최근 미국 CNN의 단독보도한 영상을 보면, 크림반도를 공습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무인수상정(USV)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는 해당 영상을 제보했고, CNN은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당시 크림반도 공습 주체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공개된 영상은 무인수상정 한 대가 크림반도 아래로 서서히 접근하다가 폭발을 일으키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무인수상정에는 최대 850㎏의 폭발물을 싣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폭 보트형 무인수상정은 러시아 흑해 함대의 본거지인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을 공습할 때 사용된 적이 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 책임자인 바실 말리우크는 CNN에 “무인수상정은 러시아의 침공 직후 수 개월에 걸쳐 개발한 결과물로 우크라이나만이 가진 기술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으로 무인수상정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개발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현대 전장에서 가격 대비 엄청난 공격력으로 ‘가성비’가 돋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니아의 무인수상정은 한 대당 가격은 25만 달러로 알려졌다. 따라서 함정이나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대당 200만 달러가 넘어 USV는 더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 각국이 USV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직접 개발했다고 공개한 무인수상정(USV). 사진 제공=위키피디아

우리 군도 무인 무기체계 확대 흐름에 따라 무인수상정(USV) 개발이 적극 나서고 있다. 정찰과 전투 기능을 갖춘 무인수상정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북한 공기부양정 침투를 비롯해 해안을 통한 밀입국이나 북한 특수부대 침투를 저지할 경계작전에 활용한다면 해안 경계망을 촘촘하고 구축하는 동시에 병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 군 당국으로서는 무인수상정 도입에 높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국내 방위산업 업체 가운데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무인수상정 분야에서 지속적인 기술 확보를 추진하며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당장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해군 유·무인 복합 체계의 핵심인 정찰용 무인수상정 사업에서 맞붙는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해군은 방위사업청을 통해 ‘정찰용 무인수상정 체계 설계 사업’을 5월 31일 공고했다. 선체 길이 12m급 USV 두 척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는 약 420억 원. 오는 2027년 12월까지 개발을 완료하는 사업이다. 최근 무인수상정 사업 설명회를 열어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공고했다. 6월 23일까지 방산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이에 앞서 국방과학연구소가 지난 2015년 군용 무인수상정을 개발하기 위한 ‘선도형 핵심 기술 과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개념 체계 사업을 통해 개발에 필요한 부품과 기술을 확인하고 소요군이 제기한 필요한 전투 기능을 충족하는 단계를 마무리했다. 이번 입찰은 전장에 실전 배치할 수 있는 무인수상정을 개념을 실제로 설계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방산 라이벌 LIG넥스원은 ‘해검’ 시리즈를, 한화시스템은 ‘해령’ 체계를 내세워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해양무인체계는 인명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함전·대잠전·대기뢰전 등에 활용되는 미래 전장의 핵심 전력이다. 해군은 2022년 유·무인 복합체계 종합발전계획의 일환으로 ‘네이비 씨 고스트(Navy Sea GHOST)’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사업은 이 같은 해군의 유무인 복합체계를 완성하기 위한 첫걸음이라 관련 업체에게는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네이비 씨 고스트 훈련에 참여해 시범을 보이고 있는 무인수상정(USV) 해검-2. 사진 제공=해군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7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시연중인 무인수상정(USV) 해검-3. 사진 제공=해군

방산업계는 기술 차별화에서 LIG넥스원이 앞선 것으로 보고 있다. LIG넥스원은 2015~2017년 방위사업청·해군·민군기술협력센터와 공동으로 착수하며 무인수상정 분야에서 지속적인 기술 확보를 추진하며 성과를 보였다.


LIG넥스원이 공개한 연안 감시·정찰 무인수상정은 자율운항 제어, 임무 장비 등의 전자·인공지능(AI) 첨단기술을 융합해 개발했다.


‘바다를 가르며 우리 해양을 수호하는 병기’라는 의미로 ‘해검’(海劍)으로 명명됐다. 이후 LIG넥스원은 2018~2020년 3가지 국책 과제를 수주하며 해검-2·3·5로 각각 명명된 시리즈를 잇따라 제작해 관련 기술을 발전시켰다. 해검 시리즈는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과제별 목표에 따라 감시정찰기능 강화, 무장기능 추가, 유무인 복합 기능 등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LIG넥스원이 국방과학연구소 해양기술연구원과 협업해 한국·호주 국제 공동 연구과제로 기뢰 대항작전 운용에 활용하기 위한 ‘엠-헌터’(M-Hunter) 무인수상정 개발도 착수했다. 이를 통해 기뢰 대항작전에 활용할 무인수상정의 핵심기술 확보에 나섰다.


LIG넥스원의 해검 시리즈 중 이번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검-2’는 수상·수중 정찰용 무인수상정이다. 강조류 환경에서도 기뢰나 착저 잠수함까지 포착할 수 있다. 해검-3는 연안경계 및 신속대응 무인경비정이다. 감시정찰 기능을 이용한 무장 전투 기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무인수상정 전방에 12.7mm 중기관총 뿐만 아니라 후방에 2.75인치 유도로켓 발사대를 장착하고, 자폭형 드론도 탑재할 수 있다.


이외에 함에 탑재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의 전용 무인수상정 해검-5도 있다. 의심스러운 표적이 모함 주변에서 발생할 경우에 모함에서 분리돼 근거리에서 표적을 식별하고 유사시 장착된 무장으로 즉각 대응할 수 있다. 모함에서 무인수상정을 진수 및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이 특징이다.


탑재 장비로는 통신안테나, 수중플랫폼, 레이더, 운항용 카메라 EO·IR, 장애물탐지장치, 자동 진회수장치, 위치항법장치(GPS), 전기식 마스트 등이 있다. 제원은 길이 12.0m, 폭 3.5m에 이른다. 무장 무게는 9.2~11.0톤, 속도 40노트 이상, 운용 거리는 20km 이상이다.



무인수상정(USV) 해령이 실해역에서 장애물 회피 성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화시스템

무인수상정(USV) 해령이 실해역에서 자율이접안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은 업계에서 국내 무인수상정 개발의 선구자로 통한다. 2011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주관한 국내 최초 무인수상정인 ‘아라곤 1호’의 연구개발 사업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며 국내에서 가장 먼저 무인수상정 연구를 시작했다. 2015년에는 국방과학연구소가 무인수상정 주요 성능검증을 위해 진행한 ‘선도형 핵심기술과제’에서도 무인수상정의 핵심인 선체 제작과 자율 운항 기술 개발 및 검증을 맡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특히 2020년 국방과학연구소 국방첨단기술연구원 주관 과제인 ‘군집 무인수상정 운용기술 개발 과제’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감시정찰·방호전투 및 대기뢰전 등 무인수상정의 다양한 임무수행을 위한 ‘군집무인수상정’을 개발 중이다. 군집임무계획기술·군집자율운항기술 및 군집통신네트워크 기술 등 무인수상정을 군집으로 운용하기 위한 핵심기술 개발 사업이다.


지난 1월 한화오션과 함께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는 ‘전투용 무인수상정 기본설계’ 과제도 수주했다. 4월에는 해군 주관의 바다의 지뢰로 불리는 기뢰를 탐색하고 해체할 수 있는 ‘정찰용 잠수정 및 기뢰전용 무인수상정 개념설계’ 과제 또한 수주했다. 한화시스템은 방위사업청이 최 공고한 ‘기뢰전 전투체계 체계개발 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입찰에 한화시스템이 선보일 무인수상정은 연안에서의 수색구조 및 감시정찰 임무수행이 가능한 12m급 수색정찰용 무인수상정 ‘해령’(Sea GHOST)이다.


해령은 탑재된 무인잠수정 및 드론과의 협업으로 수색 및 감시정찰 능력을 입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특히 해령에는 자율운항 및 충돌회피 기술 이외에 △최신 인공지능(AI) 기반 표적 및 장애물 탐지 기술 △주변의 해상 상태를 인식해 최적의 안전 운항을 수행하게 하는 ‘파랑회피 자율운항’ 기술 △무인 자율 이·접안 기술이 탑재됐다.


무엇보다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원격통제기술 적용으로 작전운용시 통신 음영구역과 통제거리에 제약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해령의 제원은 전장 12m, 중량 14톤, 최고 속도 40노트 이상에 달한다. 운용 시간은 12시간(20노트 운용 시), 추진 체계는 디젤-전기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한화시스템의 군집 무인수상정 10대가 군집기동 성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화시스템

방산 라이벌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이번 수주전에 사활을 거는 배경은 해외 수출 때문이다. 무인수상정 시장이 아직은 초기 단계인 탓에 양사 모두 ‘트랙 레코드’가 중요하다. 세계 5위 수준인 한국 해군에 선택받고 납품한 무인수상정이라는 점은 해외시장 공략에 있어 최고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리서치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무인수상정 시장 규모는 2023년 8억9400만 달러에서 2033년 31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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