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7% 감소 발표 이듬해 2% 증가…이름값 못하는 ‘범정부 대책’

2008년 냉동창고 화재 이후 대책 4번
2020년 물류센터 화재처럼 원인 ‘되풀이’
‘내년까지 화재 20% 감축’…사실상 실패
건설현장 外人 15%인데…“모국어 교육”

24일 오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명 근로자 목숨을 앗아간 24일 경기 화성 일차전지 공장 화재 사고는 역대 범정부의 화재 예방 대책이 실효성이 있었는지 의구심을 키운다. 역대 정부는 화재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관련 부처가 모여 종합 대책을 내놨지만, 동일한 원인의 화재 참사가 일어나는 등 악순환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25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008년 최악의 근로자 화재 참사로 기록된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40명 사망) 이후 범정부 화재 대책은 4번(2008·2016·2019·2020년 발표) 마련됐다. 이들 대책 모두 화재 참사 재발을 막겠다는 목적을 보면, 사실상 모두 대책 실패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유사재해 재발방지 대책’은 현장 안전관리자 선임 확대,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작성 등이 담겼다. 하지만 2020년 경기 이천 물류센터 건설현장에서 화재로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8년과 2020년 화재는 원인이 판박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모두 스티로폼 또는 우레탄폼을 넣은 건축용 자재인 샌드위치 패널로 불이 붙어 불길이 순식간에 커졌고 유독 가스와 연기가 참사로 이어졌다.


특히 2016년 ‘화재 저감 종합 대책’은 구체적으로 제시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당시 정부는 2016년부터 2025년까지 화재를 20%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화재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주택과 화재 원인 1위인 전기 화재를 막고 캠페인, 안전교육을 펼치겠다고 했다. 정부는 대책 발표 당시 2016년 4만3413건이던 화재를 2017년 7%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2017년 화재는 4만4178건으로 되레 약 2% 증가했다. 올해까지 18%, 내년까지 20% 감소하겠다는 목표 달성도 힘들 전망이다. 2022년 화재 건수는 4만113건으로 약 7% 감소한 상황이다.


2020년 ‘건설현장 화재 안전 대책’은 현장에서 안전조치가 내재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안전 대책 중심을 기업에서 근로자로 옮기고 지방자치단체와 현장점검 강화도 예고됐다.


하지만 전일 화재 참사로 건설현장 외 추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특히 산업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다행히 ‘2020년 대책’에는 이전 범정부 대책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모국어 안전교육 확대 등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대책이 담겼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려할 때 충분한 대책이란 평가를 받기 어려울 상황이다. 전일 화재 사망자 22명 가운데 20명이 외국인 근로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 건설현장 외국인 근로자는 약 11만명으로 전체 건설 현장 근로자의 약 15%로 추정된다. 올해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로 유입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작년 보다 4만명 늘어난 16만5000명으로 역대 최대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일 화재 사고 현장을 찾아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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