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발전사 "전기료, 시장원리보다 정책판단 따라 결정"

채권발행 투자설명서에 명시
배임 등 소송 빌미 여지 '파장'

사진 제공=금윰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인 서부발전이 채권을 발행하면서 “전기요금은 시장 원리보다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고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실제 많이 들어가는 것과는 별개로 공기업이 이를 공식 인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정책 입지를 좁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서부발전은 14일 800억 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위한 투자설명서에 “전력요금의 결정은 시장의 원리보다는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되므로 가격 결정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경직돼 있다”며 “가격 결정 과정에서의 생산자의 교섭 열위는 당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위험이 존재한다”고 적시했다.


전기요금은 전 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및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게 돼 있다. 하지만 ‘협의’라는 단어와 ‘정책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는 문구는 그 수준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민간 발전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명시하는 것은 말이 안 되며 (모회사이면서 상장사인 한국전력) 경영진을 주주들이 배임으로 소송을 걸 여지가 있다”며 “요금도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적자는 이어지는데 경영진은 뭐하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부발전은 “다른 발전사들의 투자 위험 요소 항목도 순서만 약간 다를 뿐 내용과 표현이 거의 다 같다”며 “정부의 전기요금 동결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를 표시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불리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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