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희망퇴직·임원연봉 20% 삭감

■'비상경영' 돌입
1년 반만에 희망퇴직 다시 실시
3분기 연속 적자…누적 537억
수익 안정화 위해 조직 슬림화

롯데면세점이 전사적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임원의 급여를 20% 삭감하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와 여행객의 소비 패턴 변화로 면세업계 전체가 빠진 불황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롯데면세점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마른 수건도 쥐어 짜겠다는 방침이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는 25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2024 롯데면세점 비상 경영 선언문’을 발표했다. 롯데면세점은 우선 전사적 인력 구조 조정에 나서 올해 하반기 희망퇴직과 함께 직무전환, 성과 향상 교육 등을 진행해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면세점이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것은 팬데믹 여파로 2022년 12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지 약 1년 6개월 만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는 팬데믹으로 면세업계가 모두 인력을 줄이는 등의 비상경영 체제를 운영했었는데 실제로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나갔던 인력은 20명 남짓으로 많지 않았다”며 “회사와 노동조합이 논의를 해야 하겠지만 비상경영 체제 돌입의 이유가 팬데믹과 같은 일시적 요인이 아니기 때문에 희망퇴직 규모가 좀 더 커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롯데면세점은 아울러 모든 임원의 급여를 20% 삭감하기로 했다. 사업 규모에 맞춰 임원 수도 최적화한다. 사업부 구조도 지점별로 차별화 전략을 수립하는 등 고강도로 개선해 경영 효율을 제고한다.


앞서 롯데월드타워점의 면세점 면적도 줄이기로 했다. 전체 매장 면적 1만 3113㎡의 35%를 차지하는 타워동(4599㎡)을 없앤다.


롯데면세점은 또 조직을 성과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기존 3본부 체제를 1본부로 줄이고 3개 부문과 8개 팀을 없애는 등 슬림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 상품 원가와 경쟁 비용을 통합 관리해 수익구조 안정화에도 힘을 쓰기로 했다.


롯데면세점이 이처럼 고강도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것은 면세업계의 업황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과 보따리상(다이궁)들이 화장품, 향수 등의 제품을 쓸어 담아갔지만 최근에는 중국인들의 구매 파워도 예전만 못한 실정이다. 개별 관광객은 올리브영이나 편의점 등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파는 롯데면세점도 비켜가지 않았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이 기간 누적 적자 규모는 537억 원이다. 상황이 이렇자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이 ‘미운 오리 새끼’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는 선언문에서 “코로나19 이후 힘든 시간을 견뎌왔지만, 고물가와 고환율 그리고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성장은 멈췄고 수익성은 악화했다”며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면세시장 대외 환경이 좋아지기만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며 “선제적인 비상 경영체제 전환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 기반을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