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뉴얼도 없는 방재 사각지대 여전…땜질 대응에서 벗어나야

경기도 화성시의 1차전지 공장 화재로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24일 오전 검수·포장을 위해 리튬 배터리를 쌓아둔 공장에서 배터리 셀 한 개의 폭발이 삽시간에 3만 5000개 배터리의 연쇄 폭발로 이어졌다. 사망자 중 18명은 공장 내부 구조도 모르는 외국인 일용직 노동자들이었다. 단일 사건으로는 역대 가장 많은 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 화재 대피 요령 등 최소한의 안전 교육도 이뤄지지 않은 허술한 현장 관리, 화재에 취약한 구조물, 하나 마나 한 안전 점검, 방재 시스템 미비 등 대형 화재 때마다 지적돼온 총체적 ‘안전 불감증’과 안전 관리 부실이 낳은 최악의 인재(人災)다.


이번 화재 참사는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리튬 배터리가 방재 사각(死角)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금속 물질인 리튬은 고온에 노출되거나 수증기와 접촉하면 폭발과 함께 온도가 1000도 이상으로 치솟는 ‘금속 화재’를 일으킨다. 그럼에도 그 자체로는 화재 위험성이 낮다는 이유로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돼 대응 매뉴얼이나 안전기준 자체가 없다. ‘금속 화재(D급)’는 현행 소방법상 화재 유형으로 분류되지 않아 전용 소화기 개발 기준과 설치 의무 규정 등도 없다. 2022년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등의 원인이 된 2차전지에 대해서는 그나마 안전장치가 마련됐지만 1차전지는 사실상 방재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배터리 강국’의 명성이 무색할 지경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전지 등 화재 위험 방지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과거에도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범정부 대책을 발표했지만 땜질식 대응과 안전사고가 반복되는 인재의 악순환이 계속돼왔다. ‘구멍투성이’ 방재 시스템으로는 제2, 제3의 참사를 막을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우리 산업 현장에 화재 안전 사각지대가 없도록 배터리뿐 아니라 전 산업 분야의 꼼꼼한 안전기준을 정립하고 입법으로 보완해야 한다. 급증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현장 안전 관리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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