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어를 마친 임윤찬이 떠난 자리를 세계적인 피아노 거장들이 채운다. 평균 나이 75세의 거장들로 반 세기 이상의 연주로 쌓인 해석의 깊이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먼저 이달 클래식 팬을 찾아올 거장은 베토벤 전문가로 꼽히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7)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다. 부흐빈더는 초창기부터 주목받지는 많았지만 꾸준히 베토벤을 파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1980년대 초 발매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201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것을 시작으로 세계 각지에서 60회 이상 같은 프로그램을 연주했다. 국내 클래식 팬들도 꾸준히 만나고 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되는 이번 내한 공연에는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가 함께 한다. 부흐빈더가 피아노 연주와 함께 지휘도 맡아 자신만의 분명한 색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달 26일에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5번, 이달 30일에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과 4번, 3번을 연주한다.
바통을 이어 받는 거장은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로 활약해온 미하엘 플레트네프(67)다. 이달 27~28일 열리는 공연에서는 피아노로 협연에 나선다. 플레트네프가 한국에서 협연자로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음악의 황제’로 불리는 그는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 차이콥스키 등 러시아 음악가의 레퍼토리에 정통하다. 지난해 ‘올쇼팽’ 프로그램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이번에는 서정적인 음색과 고난도의 기술적 요소를 갖춘 5개 곡을 연주한다. 4개의 협주곡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등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다. 두 연주자 모두 자신의 대표 레퍼토리를 연주곡으로 선택했다.
이어 9월에는 클래식 음악계의 대모로 꼽히는 마리아 조앙 피레스(80)가 피아노 리사이틀을 연다. 피레스는 리사이틀에서도 화려한 드레스 대신 짧은 머리에 편안한 원피스 차림과 플랫 슈즈를 신어 보는 관객들에게도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간결함과 깊이 자체가 그의 음악 세계를 장식하는 두 개의 기둥이 됐다. 피레스 역시 여러 레퍼토리를 파고들기 보다는 잘 할 수 있는 레퍼토리에 집중하는데 드뷔시와 슈베르트의 곡을 이번 프로그램으로 골랐다.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분명한 색채를 드러내는 피레스는 오는 9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를 시작해 전국의 관객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