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대출승인율 4배 높여…모든 사람 위한 '주거래 은행' 될것"

[CEO&STORY]
◆박홍민·이혜민 핀다 공동대표
페이·송금 없이 대출관련 서비스만 집중
AI 적극 활용…중저신용자 비중 67% 달해
사용자·월간 순방문자·비용 개선세 뚜렷
이상거래탐색시스템 등 개발에도 공들여
실리콘밸리 기반 VC서 인연…9년째 협업
한몸처럼 일해…속도보다 견고함 더 커져
특정 타깃 공략…핀다카드 등 신사업 확장

박홍민(왼쪽)·이혜민 핀다 공동대표는 2015년 창업 이후 9년째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권욱 기자

“핀테크(fintech·금융 기술)가 조금 답답한 면이 있긴 합니다. 규제가 심하다보니 의사 결정 과정에서 ‘빨리빨리’ 문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쌓아 올렸을 때 견고함은 더 큽니다. 우리 스타일은 핀테크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박홍민 핀다 공동대표가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에서 이혜민 공동대표와 함께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핀다의 서비스도 조금씩 차곡차곡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핀다는 비대면 대출 중개·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이다. 제1금융권을 포함해 70개 금융사의 대출 상품을 스마트폰으로 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출 비교 플랫폼 시장에서 핀다는 토스·카카오페이·네이버와 함께 ‘빅4’로 통한다.


◇“이제는 한몸처럼 일하는 사이…‘은행 아닌 은행’ 지향”=박 대표와 이 대표는 2015년 핀다를 함께 설립해 9년째 이끌고 있다. 박 대표는 두 사람의 협업 관계에 대해 “한몸처럼 일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박 대표와 이 대표는 실리콘밸리 기반의 벤처캐피털(VC) ‘500글로벌’에서 처음 만나 핀테크 기업을 창업하기로 뜻을 모았다. 당시 박 대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창업 기회를 살피는 중이었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면서 창업의 꿈을 키웠다. 이 대표는 STX그룹의 지주사에서 일하다 이미 창업의 길로 들어선 상태였다. 글로시박스와 베베앤코·눔코리아 등을 잇따라 설립해 ‘연쇄 창업가’로 불리웠다.


박 대표는 “핀다 창업 당시는 막 핀테크라는 말이 유명해질 때였고 둘 다 관심이 많았다”며 “창업 아이템에 대해 논의를 했는데 둘 다 ‘1번’이 핀테크였다. 전에 금융회사에서 일하면서 금융에 대한 관심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눔코리아에 있을 때 보험사들과 보험 상품 관련 협업을 많이 하면서 금융 상품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핀테크를 창업 분야로 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혜민(왼쪽)·박홍민 핀다 공동대표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박 대표는 핀테크 업계의 선두 주자로 올라선 핀다의 성공 요인으로 ‘전문성’을 꼽았다. 국내 시장에서 최초로 비대면 대출 중개 사업을 시작하면서 노하우를 쌓았고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이고 본업에만 집중했다. 그는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에 상품 경쟁력 측면에서 다른 플랫폼보다 앞선다”며 “핀다는 페이나 송금 서비스가 섞여 있지 않고 오직 대출 비교 서비스만 한다. 대출에만 포커스를 맞춰 서비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력인 대출 비교 서비스 외에 대출 관리 서비스도 중요한 사업 모델이다. 박 대표는 “대출을 받고 나면 잘 갚는 게 중요하다”며 “대출을 잘 갚고 신용대출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와 신용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는데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상품 중 유료는 하나도 없고 모두 무료”라고 설명했다.


2019년 대출 비교 서비스를 처음 출시한 핀다는 이듬해 54억 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2021년 297억 원, 2022년 434억 원 등 실적이 꾸준하게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는 고금리 기조로 대출 수요가 줄어들면서 처음으로 매출액이 감소했다. 핀다의 지난해 매출은 28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8% 줄었다. 박 대표는 “매출액은 줄었지만 사용자는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했다”며 “수요 측면에서 앱 사용자들은 매년 같은 속도로 꾸준히 늘었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매출액이 감소했지만 회사의 경영 관련 지표는 전반적으로 좋아진 한 해였다”며 “사용자 수, 월간 순방문자수(MAU), 비용 등이 개선됐고 적자 폭도 줄었다”고 강조했다. 핀다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3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 줄었다.


◇핀테크 대표 주자로 우뚝…“올해 2~3개 신규 사업 선뵐 것”=최근 이 대표는 대표적인 핀테크 성공 모델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추천을 받아 유엔 주최 인공지능(AI) 국제 행사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주관한 ‘선을 위한 인공지능(AI for Good)’ 글로벌 서밋에서 AI를 활용한 금융 포용 사례를 발표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AI 분야 석학인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등 세계적인 AI 전문가들을 앞에 두고 연단에 섰다. 그는 “핀다는 기본적으로 AI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대표적인 성과는 금융 포용 측면에서의 승인율”이라며 “(AI를 활용하면) 개인이 알아봤을 때보다 대출 승인율이 4배 정도 좋은 성과를 보였는데 중·저신용자 포용 비중도 압도적”이라고 전했다.


핀다의 지난해 중·저신용 고객의 대출 실행 비중은 전체의 67%에 달한다. 박 대표는 핀다 주요 서비스에 대한 AI 활용 사례에 대해 “대출 상담을 AI로 하고 있고 관련 빅데이터 분석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에서도 AI를 활용한다"면서 “이상 거래를 탐색·분석하고 특정 시그널(신호)일 때는 위험하다는 의견을 금융기관에 전달할 때에도 AI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혜민(왼쪽)·박홍민 핀다 공동대표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핀다는 대안신용평가모델(CSS)인 ‘핀다스코어’와 AI를 접목한 이상거래탐지시스템(AI-FDS) 등 새로운 사업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여러 금융기관들이 핀다 스코어를 활용해 고객의 연체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이 대표는 핀다스코어에 대해 “중·저신용자에 특화한 신용평가 모델”이라며 “2금융권 상품을 우리가 가장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성능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AI-FDS에 대해서는 “돈을 안 갚을 사람이 불량한 의도로 대출 받는 것을 감지하는 건 매우 어렵다”며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사용자들을 찾거나 프러드(사기적 행위)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지점을 기술적으로 해결할 설루션을 도입하는 등 기술력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명의 도용 등 다양한 금융 범죄를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핀다는 이처럼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JB금융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협력하고 있다. 특히 신용 분석과 연체 관리 등에서 협업 시너지를 내고 있다. 핀다는 JB금융의 설루션을 빌려 예적금 등 뱅킹 서비스를 만든다. 출시 예정인 ‘핀다 카드’가 대표적인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우리가 지향하는 전략은 ‘은행이 아닌 은행’”이라며 “은행을 직접 만드는 것보다 많은 금융기관과 협업을 하는 게 좋다. 전략적 투자에 따른 종속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올해 핀다의 경영 목표에 대해 “매출의 경우 1분기 대비 2분기에 최소 10% 이상 상승을 목표로 했는데 달성했다”면서 “신사업을 제외하면 4분기에 손익분기점(BEP)을 맞추는게 목표”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올해 신규 사업을 더 확장해나갈 계획인데 최소 2개에서 3개 이상의 신규 타깃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핀다가 지금까지 확보한 누적 투자금은 약 680억 원이다. 이 대표는 “운영 자금이 급하게 필요하지는 않지만 향후 회사 인수 등에서 자금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금 유치도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뱅킹 서비스로 만족하지 못할 것들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인수합병(M&A)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4인터넷 은행 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컨소시엄에 참여는 할 수 있지만 주도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핀다는 앞으로 대출을 중심으로 고객의 관점에서 필요한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우리는 ‘안티 슈퍼앱’을 표방한다”고 했다. 한 앱에 너무 많은 기능을 담기보다 특정 서비스·타깃에 최적화된 전문 앱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한 앱에 모든 것을 담기보다는 각각 가장 잘 맞는 영역에서 버티컬 서비스(특정 업무 영역에 특화한 서비스)로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우리의 비전은 ‘모든 사람을 위한 주거래 은행이 되자’는 것”이라며 “은행 라이선스 없이 여러 은행과 협업하면서 좋은 은행의 역할을 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대출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면서 “타깃을 늘려나가면서 특수한 ‘페인 포인트(고충 사항)’를 해결하다 보면 모든 사람들의 현금 걱정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He is…


△1980년 서울 △서울대 경제학과 △펜실베이니아대 도시계획학 석사 △2009년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 자산배분 애널리스트 △2011년 플래스틱 공동 창업자 겸 CFO △2014년 선샤인 CMO △2015년~ 핀다 공동 창업자 겸 공동대표



She is…


△1984년 서울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2007년 STX 전략사업기획실 △2011년 로켓인터넷·글로시박스 공동 창업자 겸 CSO △2012년 피플앤코 공동 창업자 겸 공동대표 △2012년 눔코리아 공동 창업자 겸 공동대표 △2015년~ 핀다 공동 창업자 겸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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