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030년엔 無탄소 제철"…'포스코의 꿈' 하이렉스 상용화 순항

■'탄소저감 신기술' ESF 첫 공개
ESF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
친환경에 품질향상 장점까지
2030년엔 상용기술 개발 목표
광양선 '친환경 배터리 밸류체인'

24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위치한 ‘전기용융로(ESF)’ 시험 설비에서 첫 쇳물이 나오고 있다. ESF는 수소환원제철(하이렉스)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24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파이넥스(FINEX) 3공장 안. 유동환원로를 거쳐 녹은 쇳물이 출선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온도계에 표시된 쇳물의 온도는 1431도에서 금세 1483도로 상승했다. 배출된 쇳물은 대탕도를 따라 흘러 토페도카에 담긴다. 토페도카는 쇳물을 다음 단계인 제강 공정으로 운반하는 어뢰(토페도) 모양의 열차로 파이넥스 주변에서는 토페도카가 오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내 두 개의 파이넥스(2·3공장)에서 연간 350만 톤의 쇳물을 생산하고 있지만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로드맵에 따라 2050년까지 하이렉스(HyREX)로 교체될 예정이다.





천시열 포항제철소장은 “포스코는 이미 파이넥스 공법으로 수소를 철광석 환원에 25%나 사용하고 있다”며 “이 기술을 토대로 수소를 100% 사용하는 하이렉스 기술을 개발해 ‘신철기시대’를 이끌 것”이라고 제철소를 소개했다.


하이렉스 공정은 환원 반응과 용융 반응이 기존 고로가 아닌 ‘환원로’와 ‘전기로’라는 두 가지 설비에서 각각 분리돼 진행된다. 현재 석탄을 이용하는 파이넥스의 용융로와 달리 하이렉스는 전기용융로(ESF)를 사용해 탄소 배출량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그룹사 중 SNNC가 ESF 관련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파이넥스와 접목해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최근 연구도 ESF에 집중되고 있다. 포스코가 이날 언론에 처음 공개한 ESF 시험 설비는 실제 대비 30분의 1 수준으로 제작된 모습이었다. 내부에서는 직접환원철(DRI), 환원제, 부원료 등 세 가지 원료를 배합해 ESF 전기로로 이동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전기로는 안쪽 지름이 2.8m, 높이 2m, 무게 20톤에 달하는 원 모양으로 안에서 원료가 녹아 쇳물이 된다. 관리실에 위치한 영상을 통해 올 4월 말 해당 시험 설비를 처음 가동했을 당시 한 직원이 거대한 꼬챙이를 사용해 전기로 하부를 처음으로 뚫는 과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생산된 제품에 대한 분석 역시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ESF는 친환경은 물론 제품 품질 향상에도 유리하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파이넥스 및 하이렉스 공정은 4개의 유동환원로에서 철광석을 고온으로 가열된 수소와 접촉시켜 고체 철(Fe)을 제조해 DRI을 만든다. 다만 가루 모양의 저품위 분철광석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된 품질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ESF는 로(爐) 내에서도 탄소가 일부 존재하는 등 환원 환경이 유지돼 다양한 제품의 원료를 다룰 수 있다.


박재훈 포스코 저탄소제철연구소 전기로연구그룹장은 “(해당 설비는) 아직 파일럿인 만큼 향후 다양한 품위의 원료와 시험 조업으로 전기용융로 요소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원료 다양성, 에너지효율, 용강 품질을 한 번에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파일럿 설비에서의 연구를 토대로 2027년까지 하이렉스 데모플랜트를 가동하고 2030년까지 하이렉스 상용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앞 바다를 매립해 신규 부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의 또 다른 축인 환원로에서도 100% 수소만을 사용하기 위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석탄 또는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활용해 DRI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1월 ‘하이렉스추진반’이라는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파이넥스 관련 경험 있는 인력들이 일부 투입됐으며 계열사 포스코DX(소프트웨어) 인력과 포스코이앤씨(자재 공급·시공·설계) 인력을 포함해 35명이 함께하고 있다.


윤영식 포스코 하이렉스추진반 부장은 “하이렉스 기술 내재화와 설비 관련 검토가 모두 이곳에서 이뤄진다”며 “인력을 100명 정도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인화 회장이 포스코그룹 사업의 ‘쌍두마차’라고 강조한 2차전지 계열사들이 모인 전남 광양 율촌산업단지에서는 친환경 밸류체인도 구축됐다. 포스코퓨처엠·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포스코HY클린메탈의 사업장은 도보로 이동할 정도로 가까이 붙어 있어 계열사 간 협업 또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HY클린메탈에서는 폐배터리 블랙 매스로부터 리튬·코발트·니켈 등을 뽑아 포스코퓨처엠에 전구체의 원료로 공급한다. 이는 다시 2차전지 소재 생산에 활용되고 있다.


/포항=김경택 기자 tae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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