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그림들이 미술관 女화장실 벽에?…무슨 일 있었길래

법원 “여성전용 전시관은 차별금지법 위반”
미술관측 항의 차원 화장실에 전시키로

모나 미술관 큐레이터 커샤 케이첼 인스타그램 캡처. 연합뉴스

호주 태즈메이니아주에 있는 한 미술관이 여성 전용 전시관을 운영할 수 없다는 법원 결정에 항의하며 소장 중인 파블로 피카소 작품들을 여자 화장실로 옮겨 전시하기로 결정했다.


26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2020년 개관한 태즈메이니아주 호바트 모나(MONA) 미술관은 여성 전용 전시관인 ‘레이디스 라운지’도 함께 조성했다.


당시 미술관은 녹색 벨벳으로 장식된 여성 전용 공간에서 남성 집사가 대접하는 와인과 음식을 즐기며 피카소 등 유명 화가 작품을 즐길 수 있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박물관을 찾은 한 남성 관람객은 자신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레이디스 라운지 출입이 거절됐다며 태즈메이니아 민사 행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했다.


미술관 측은 법원에서 이 공간이 여성이 겪었던 역사적 불이익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4월 여성 전용 전시관은 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남성 입장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남성 관람객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미술관은 레이디스 라운지를 남성에게 공개하지 않고 폐쇄해 버렸다.


그러던 중 지난 24일 레이디스 라운지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커샤 케이첼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성만을 위한 새로운 전시회가 열린다”며 화장실 벽에 걸린 피카소 작품을 공개했다.


케이첼은 “한 남성이 제기한 소송으로 레이디스 라운지를 닫아야 했고 그 많은 피카소 그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며 여성들만 즐겨달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