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이어 설탕도 '백기'…빵·아이스크림값 내릴까

■내달 B2B 가격 4% 인하
정부, 물가 안정 전방위 압박
CJ제일제당·대한제당 등 동참
최대 88% 뛴 제품값 영향 기대

식품업계가 밀가루, 식용유에 이어 설탕 제품 가격을 내린다. 정부의 가격 인하 압력에 제당업계도 백기를 든 것이다. 이번 가격 인하 대상은 기업 간 거래(B2B)로 판매되는 설탕으로 실제 빵, 아이스크림 등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하락으로 이어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제당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CJ제일제당(097950)은 다음 달 1일부터 B2B 설탕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 인하율은 거래처 별로 상이하지만 평균 4% 수준으로 형성될 예정이다. 소비자 판매용(B2C) 제품은 이번 가격 인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삼양사(145990)와 대한제당(001790)도 다음 달부터 B2B 설탕 제품 가격을 인하할 예정이다. 삼양사는 평균 4% 인하할 계획이며 대한제당의 경우 인하 폭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다른 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제당업계가 전체 설탕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B2B 설탕 가격을 인하하기로 한 것은 정부의 요청 때문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5일 대한제당 인천제당공장을 찾아 원당 국제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국제 가격 하락분이 국내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미 지난 3월 제분업체들이 밀가루 가격을 인하하자 다음 차례는 설탕을 생산하는 제당업체들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동안 제당업계는 지난해 국제 원당 가격이 높을 때 구매한 물량이 아직 소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설탕 가격 인하에 난색을 표했으나 결국 정부 압박에 손을 든 것이다. 통상적으로 제당업계는 4~5개월 분의 재고 물량을 확보해 제품을 생산한다. 설탕 원재료인 국제 원당 가격은 지난 2022년 6월 파운드당 18.3센트에서 지난해 11월 27.2센트까지 올랐다가 점차 하락해 올해 5월 18.73센트까지 떨어졌다. 이달 26일 기준으로는 19.24센트로 소폭 오른 상태다.


제당업계의 설탕 가격 인하 결정에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설탕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자 돼지바, 메로나, 바밤바, 월드콘 등 아이스크림 가격은 5년 전 대비 적게는 30%대에서 많게는 88%까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따라 영업 이익을 포기하고 설탕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며 “B2C 가격을 내린 밀가루와 달리 B2B 설탕 가격을 내림에 따라 물가 안정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부터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이 설탕 가격 담합을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에 나선 것도 이번 설탕 가격 인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가 수시로 식품업계를 호출해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데다 공정위까지 가세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 공세를 이어가자 기업들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날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최대한 신속하게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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