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도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에 비해 매출 규모는 소폭 늘었으나 낙찰률이 크게 줄어 꽁꽁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지난해까지는 거래액 중 상당부분을 이우환·김환기 등 대형 작가의 작품이 차지해 양극화도 두드러졌다.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발표한 ‘2024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상반기 결산’에 따르면 올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총 거래액은 약 917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미술 경기가 좋았던 2022년(1446억 원)과 비교하면 63% 수준으로 여전히 침체 국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낙찰률은 더욱 저조했다. 올해 상반기 낙찰률은 49.8%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50% 이하로 내려갔다.
자료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거래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총 출품작은 1만1045점으로 지난해(1만4851점)에 비해 3806점 감소했다. 경매사별로는 서울옥션의 낙찰총액이 지난해 286억 원보다 크게 늘어난 536억 원을 기록했으나 이 중에는 지난 25일 낙찰된 오피스텔(219억 원) 경매가 포함돼 있다. 2위 경매사인 케이옥션의 낙찰총액은 248억원을 기록했다. 양사의 평균 낙찰률은 각각 49.27%, 44.65%로 저조했다.
주요 작가의 낙찰 성적도 좋지 않았다. 김환기는 상반기 미술품 경매에서 낙찰총액 약 60억 원을 기록하며 2019년 이후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되찾았으나 2019년에 비해 낙찰총액은 약 85억 원 정도 감소했다. 낙찰률도 60% 대로 국내 미술시장의 경기를 주도하고 이는 블루칩 작가마저도 불황을 피해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상반기 경매에서는 낙찰가 10위 안에 해외 작가가 아닌 한국 근현대 작가가 대거 포진한 점이 눈에 띈다. 그간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는 쿠사마 야요이, 마르크 샤갈 등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이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김환기(60억 원·63.6%), 이우환(30억 원·58%), 윤형근(29억 원·88.8%), 박서보(25억 원·70.4%) 등이 낙찰가 1~4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