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팎에서 상속·증여세 개편 논의가 꾸준히 나오는 모습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상속세 개편이 시급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7월 말 세법 개정안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학계에선 “상속세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편집인 포럼에 참석해 “(세제 개편 논의와 관련해) 무엇이 제일 시급하냐고 하면 개인적으로 조금 더 고민할 부분은 상속세”라며 “전체적으로 우리의 상속세 부담이 높은 수준이고 현재 제도 자체가 20년 이상 개편되지 않아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기본적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대주주 할증과 가업상속공제, 유산취득세 전환을 등 굉장히 많은 말씀이 있다”며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돼 시급성과 필요성을 감안해 다음 달 세법 개정안을 마련할 때 (여러 말씀을) 적절히 담으려고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최 부총리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포함 여부는 전혀 확정된 것이 없다”며 “(상속세 관련 각론에서) 시급한 부분을 개정안에 담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종부세에 대해서도 “전체적인 체계 등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했고 법인세와 관련해서도 “과거부터 글로벌 경쟁에 비해 높은지 논란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기업 감세 프레임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 부총리는 “투자·소비·고용 등 자원 배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복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며 “‘재정이 나쁘니 세수를 늘려야 한다’고만 볼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선별적 복지에 초점을 둬야 하는 재정 정책과 달리 조세정책은 재정 건전성과 경제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도 상속세 개편론이 제기됐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한국조세정책학회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동으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최고세율을 OECD 38개국 평균(상속세 미운영 국가 포함)인 13%로 하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OECD에서 상속세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의 평균 세율인 25%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도 고려 가능하다고 홍 교수는 덧붙였다. 이 경우 최고세율 과표 구간을 30억 원 초과에서 200억 원 초과로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홍 교수의 견해다. 홍 교수는 “대기업 주식을 승계할 때 적용되는 20%의 주식 할증 평가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속·증여세에 붙는 공제 요건을 대폭 늘리자는 의견도 내놓았다. 배우자에게 재산을 상속·증여할 경우에는 전액 공제해주자는 제안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에 대해서는 최대 30억 원, 증여의 경우 10년간 6억 원의 공제를 제공한다. 또한 홍 교수는 자녀 일괄공제를 5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이날 홍 교수는 종합부동산세의 부과 대상을 초고가 주택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와 합치는 방향이 옳지만 단기간 내 추진이 어려울 경우 공시가격 100억 원 이상 주택 보유자에게만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다. 그는 “종부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제도라는 점에서 폐지해 재산세와 통합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종부세를 없애지 못하면 기본공제를 100억 원으로 올려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100억 원 이상 고급주택을 제외하고 종부세를 완전 면제해야 한다”며 “다주택 중과세는 없애는 쪽으로 방향을 잡되 폐지하지 않는 경우 기본공제를 9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종부세 과세표준을 임의로 조정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공시가격에 적용되는 시세 반영률 목표치를 폐지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표가 급격히 오를 경우 조세부담을 줄일 때만 제한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세법에 규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