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기 연착륙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유지해온 고금리의 여파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견해도 엇갈리는 양상이다.
미국 상무부는 올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확정치)이 1.4%(직전 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고 27일(현지 시간) 밝혔다. 2022년 2분기(-0.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개인소비 증가가 1.5%로 직전 분기(3.3%) 대비 크게 둔화됐다. 미국 GDP의 약 3분 2를 차지하는 소비가 고금리 부담으로 쪼그라들면서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린 모습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쌓아뒀던 저축 여유분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미래 지출 여력 역시 고갈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021년 2조 1400억 달러에 이르던 미국의 초과저축액은 올 4월 -1690억 달러까지 빠졌다. 산탄데르US캐피털마켓의 스테판 스탠리는 “팬데믹 후 가계가 의지할 수 있었던 쿠션(초과저축)은 이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짚었다.
과열 조짐을 보였던 노동시장도 식어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국에서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6월 2주(9~15일) 183만 9000건으로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다만 연준 인사들이 물가 둔화를 확신할 때까지는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물가지표는 주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상무부는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0.0%로 보합에 머물렀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전월 대비 0.1% 각각 상승했다. 대표지수와 근원지수 상승률 모두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에 부합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금리 인하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