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매서운 고용 한파에…통신판매업과 '이곳' 창업 몰렸다

30대 이하 생활업종 창업 27만명
통신판매업이 13만명으로 최다
일자리 감소에 소자본 창업 늘어

12일 한 시민이 서울 시내의 한 고용센터에서 마련된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후반의 김 모 씨는 지방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뒤 취업 문을 수십 차례 두드렸다. 몇몇 대기업 면접에도 응시했지만, 최종 합격 통지를 받지 못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선배를 통해 들어보니 “형식만 신입사원 채용이지 합격자는 대부분 2년가량의 경력이 있는 ‘중고 신인’”이었다. 김 씨는 결국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고향인 대구의 한 신축 아파트 인근에 통신 판매점을 차린 것이다. 김 씨는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종잣돈이 많지 않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청년들이 통신판매업 등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업종에 몰리고 있다. 대기업의 경력 선호 현상이 확산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이 28일 공개한 사업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00대 생활 업종 가동 사업자는 302만 2000명으로 전년(292만 3000명)보다 9만 9000명(3.4%) 증가했다. 지난해 창업한 신규 사업자도 57만 8000명으로 2022년(57만 7000명)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 업종 신규 사업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통신판매업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30대 이하 신규사업자는 총 27만 164명인데 이 가운데 48%인 12만 9885명이 통신판매업을 개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통신판매업 신규 사업자를 연령별로 구분해도 30대 이하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체 21만 1557명 가운데 30세 미만(5만 6209명)과 30대(7만 3676명)가 전체의 61%를 넘었다.


30대 이하는 통신판매업과 더불어 한식당·카페 등 식음료 업종에 대한 창업 비중도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30세 미만과 30대는 각각 9122명, 1만 7145명이 한식당을 창업했다. 커피 음료점 역시 30세 미만(5236명)과 30대(7119명)에서 나란히 세 번째로 높은 창업 업종에 이름을 올렸다.


30대 이하의 통신판매업 등 생활 업종 창업이 늘어난 것은 고용 여건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841만 6000명으로 전년보다 32만 7000명(1.2%) 증가했다. 하지만 15~29세에서는 9만 8000명 감소했다. 이러다 보니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음’이라고 답한 30세 미만 청년층도 지난해 말 41만 명에 달할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구직 시장에서 취업 여건이 악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평가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는 “대기업은 경력직 채용 기조를 굳히고 있고, 청년층 입장에서는 급여 조건이 좋은 일자리가 줄면서 구직 의욕을 잃어가는 상황”이라며 “취업 시장에서 밀려난 청년들이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생활 업종에 뛰어드는 경우가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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