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권 남용 검사 탄핵” vs “사법방해·보복”…본격화되는 野·檢 갈등[안현덕 전문기자의 LawStory]

野, 검사 탄핵 추진에…전·현직 검사 “겁박·외압이자 사법 절차 방해 행위”
특정 사건 수사 이유로 조직적 비방·선동…법조계, 양측 갈등 이제 ‘시작’
검찰개혁 본격화에 격한 충돌 예상…현 상황에서도 내부 불만만 부글부글
전·현직 검사 글에 ‘개탄스럽다’, ‘국민께 해악만’, ‘화 나고 서글프다’ 댓글
일각선 회의론도…‘편가르기식에 새 수사기관 만들어도 정치권 만족할까?’


더불어민주당 등이 추진하는 검사 탄핵을 두고 검찰·야권 사이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대북 불법 송금 등 의혹을 수사한 검사들은 사법 방해·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측은 ‘공소권을 남용한 검사를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권이 향후 기소청 전환 등 검찰개혁을 추진할 예정이라 양측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백신(사법연수원 34기)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는 25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특정 정당 소속 관련자가 비리 주체로 확인되자 정당이 수사 탄핵에 나서는 것”이라며 “이는 비리 수사를 담당한 검사를 겁박하고 외압을 가하는 보복이자 사법절차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강 차장은 2022년 7월부터 올 5월까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장에 이어 1부장으로 일하며 대장동 비리 의혹 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또 지난해 9월부터는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윤석열 대통령에 관한 허위 사실이 유포됐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했다.


그는 “국정농단과 조국 전 장관 사건에 대한 형사소추를 동시에 담당하던 시절 국감장에서 오전에는 여당의 정치 검찰 명단에, 오후에는 야당의 정치 검찰 명안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며 “같은 기준과 잣대로 범죄를 확인하고 기소했을 뿐인데, 정치권에서 진실은 외면하면서 자기 편을 옹호하기 위해 형사소추기관을 공격하는 것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고도 밝혔다.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홍승욱(28기) 전 수원지검장도 21일 이프로스에 게시된 글에서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한 심리와 판단은 최종적으로 사법부, 즉 법정에서 해야 할 일이지 입법부와 정치권이 개입해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당의 일부 의원들이 수사팀 검사가 특정 사건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신상 털기를 해 허위 사실을 악의적으로 주장하고, 조직적인 비방과 선동을 하며, 특정 검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치 권력의 힘으로 수사뿐 아니라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려는 명백한 사법 방해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는 민주당이 앞서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대북 불법 송금 등 이 대표와 관련된 수사를 이끈 주요 간부 검사 4명에 대한 탄핵 소추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힌 데 따른 반발이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은 이 대표가 마치 쌍방울의 주가 조작에 연루된 것처럼 기소했다. 전형적인 기소권 남용”이라며 “공권력을 남용한 검사를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치검찰사건조작특별대책단 단장인 민형배 의원도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 탄핵소추안 작성에 들어갔다”며 “일부 탄핵소추안은 21대 국회 때 이미 마련해 놓은 게 있어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야당·검찰 사이 갈등이 앞으로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국혁신당 등을 야권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가 양측이 격하게 충돌하게 되는 ‘방아쇠’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은 앞서 3월 27일 4·10 총선 ‘권력기관 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조 대표는 당시 “검찰은 야권과 전임 정부에는 쇠몽둥이, 윤석열 정부 측에는 솜방망이도 모자라 솜사탕처럼 대하는 극단적인 이중 잣대로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22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검찰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대표적인 공약 내용이 검찰의 기소청 전환으로, 국민 눈높이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취지의 ‘기소배심제’ 도입, 수사 기관의 피의 사실 유출을 금지하는 ‘이선균 방지법’ 제정, 민주적 검찰 통제를 위한 ‘검사장 직선제’ 도입 등이 포함됐다. 야권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양측 사이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적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치 사법화가 극에 이르면서 검찰 내에서도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며 “야당·검찰 사이 갈등이 앞선 추·윤 갈등 때보다 한층 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검사 탄핵을 비판한 전·현직 검사의 이프로스 글에는 ‘응원한다’는 등 공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 현직 검사는 “형사사법제도를 형해화해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해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 기관을 사익을 위해 좌지우지하려는 지금의 상황이 참 안타깝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검사에게 부여된 헌법적 의무를 계속 성실히 수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거나, “검찰이 힘을 내면 낼수록 검찰의 용기와 행동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의 희안한 대응이 더 거세지니 아이러니하다”, “이런 사태의 부당성에 대해 설명까지 하면서 검사로서 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는 댓글이 달렸다. 일부는 “수사를 하며 정확한 진실을 확인하기도 바쁜데 탄핵과도 싸워야 하는 상황이 화가 나면서도 서글프다”, “특정 사건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과정이나 결과가 자신들의 입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수사팀과 검사를 공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개탄스럽다”는 등의 반응도 내놓았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생기는 의문 가운데 하나는 ‘새로운 사정 기관을 만든다고 해서, 정치권이 (새 조직을) 신뢰할까’하는 점”이라며 “최근 몇 년 동안 본인들 입맛에 맞는 수사, 성역을 두는 수사가 아니라면 언제든 공격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떤 수사 조직이건, 여야가 ‘자기 편’이 아니면 공격하는 현실에서 검찰개혁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얘기다. 그는 이어 “그동안 검찰이 걸어온 길도 스스로 반성해 봐야 한다”며 “검찰이 역사에 ‘견찰(犬察)’로 남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재 맡고 있는 정치 수사에 대해서라도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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