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호안 끼엠, 뉴진스처럼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하입 보이, 너만 원해’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호안 끼엠 광장에는 주말마다 청년들의 댄스 배틀이 열린다. 가장 많이 흘러나오는 노래가 K팝이다. 그 중에서도 뉴진스. 십여 명씩 군무식의 공연을 선보이는데 여기가 한국인가 할 정도다. 뉴진스 멤버 하니가 베트남 출신인 덕분이기도 하다. 최근 10개월만에 단발머리로 신곡 ‘하우 스윗’을 들고 나타난 하니의 찬양(?) 댓글만 보면 베트남인인 걸 까맣게 잊게 한다.


한국과 베트남처럼 문화적 교집합이 강한 나라가 있을까 싶다. 400년전 베트남의 사신 풍극관이 조선의 학자 이수광의 필담에 감명받아 베트남 사회에 알려 상류사회의 화제가 된 것이 한-베 교류의 시작이라고 한다. 지금 베트남 마트 주류 판매대에는 과일소주가 가득 차 있고 수억 개가 팔린다는 초코파이는 베트남 제단에까지 오른다.


국민들 간 문화교류도 활발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3월까지 한국 관광객 123만명이 베트남을 찾았다. 베트남을 찾은 전체 관광객의 17%에 해당한다. 또 베트남 관광청에 따르면 금년 4월까지 베트남을 방문한 관광객 중 우리 관광객의 증가규모가 가장 크다고 한다. 베트남의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들, 한국의 정(情)과 힙한 K-문화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기업의 베트남 사랑도 각별하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 당시 한국과 베트남이 맺은 양해각서(MOU)는 111건이었다. 역대 대통령 해외순방 성과 중 최대 규모다. MOU가 너무 많아 시간을 줄이려 기념식을 5건씩 한꺼번에 진행하는 보기 드문 장면도 연출됐다. 자동차, 조선, 철도, 석유, 건설 부터 바이오, 의료, 소프트웨어, 법률, 교육까지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 대부분이 망라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부터 야놀자 같은 스타트업까지 참여한 걸 보면 양국 산업의 교집합도 상당히 커졌다.


이같은 관심 덕인지 한국은 대(對) 베트남 누적투자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진출기업들은 불투명한 행정처리와 인건비 상승, 전력 부족 등 다양한 부담을 느끼고 있긴 하지만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해 대사관, 코트라 같은 유관단체들이 한국기업의 현지 애로를 해소해 나가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지원도 파격적이다. ‘요소수 친구’를 아시는가? 지난해 한국에서 요소 부족사태를 빚다가 베트남이 만들어준 요소수 덕분에 한시름 덜었다. 이번 달 초에도 요소 수입에 차질이 있었지만 베트남 요소수로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 요소수지만 한국의 공급망 대란을 기꺼이 도와준 결과다.


30일 베트남 팜민찐 총리가 방문했다. 그는 이번 한국 방문에서 한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공식 프로그램 외에도 양국 간 비즈니스와 관광진흥·문화 협력·노동 등 세 차례의 포럼에 참석한다.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한국의 주요 기업 관계자들도 만날 예정이다. 베트남 경제계와 대한상의가 함께 하는 비즈니스 포럼도 열린다.


‘메콩강이 천년을 변함없이 흐르는 것처럼, 친구의 가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베트남 속담처럼 양국이 글로벌 공급망 변화, 기후 변화 등 전세계적인 이슈에 공동 대응하고 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서 양국간 협력의 폭을 넓혀 한-베간 한 배를 오래 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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