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도로 등 자동차 외부에서 발생한 소음을 줄이는 ‘노이즈 캔슬링(소음 제거)’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최신 헤드폰처럼 자동차 내부에서도 주변 소음의 방해 없이 음악이나 영화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미래차 시장에서 인포테인먼트 기능 고도화로 오디오 시스템의 역할이 커지자 새 기술을 앞세워 수주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불가리아의 자동차 음향 기술 전문 업체인 SPb 오디오랩과 차량용 오디오 기술인 ‘아레나 시스템’을 개발하고 사업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레나 시스템은 무선 헤드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노이즈 캔슬링이 주요 기능이다.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릴 때 내부로 전달되는 노면 소음, 풍절음 등을 실시간으로 식별하고 이를 제거하는 기술이다.
아레나 시스템 개발을 위한 현대모비스와 SPb 오디오랩의 협력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1월 SPb 오디오랩에 약 1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 25%를 취득하고 차량 특수 음향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아레나 시스템은 차량 내부 마이크로 외부에서 유입된 소음을 감지해 파동을 분석하고 이와 반대의 파동을 일으켜 서로 상쇄하며 소음을 절감한다.
현대모비스가 이러한 기술 개발에 팔을 걷어붙인 배경에는 빠른 속도로 변하는 미래차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영화와 음악·게임 등 콘텐츠를 즐기며 여가를 보내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외부 소음을 제거하는 아레나 시스템 등 차량용 오디오 기술은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영화 감상 시 탑승자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 흡음재·차음재 등 차량 부품이 필요 없어지면서 차량 무게와 연료 소비량 및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차량용 오디오 시장은 인포테인먼트의 고도화와 함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장 규모는 올해 338억 5000만 달러(46조 7800억 원)에서 2032년 581억 8000만 달러(80조 4048억 원)로 연평균 7%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용 오디오 시스템 시장은 같은 기간 연평균 5.3% 성장해 2032년 110억 5100만 달러(15조 2725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수주 포트폴리오 확대를 꾀하는 현대모비스에 오디오 시스템은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다. 기존 주력 사업인 제동과 조향 등 자동차 핵심 부품을 넘어 탑승자에게 새로운 탑승 경험을 제공하는 차세대 오디오 시스템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소리 크기에 따라 배터리 소모 전류를 최적화하는 ‘전기차 전용 사운드 시스템’에 이어 영국 메리디언과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을 공동 개발한 바 있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은 기아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9 등에 탑재하는데 아레나 시스템까지 더해질 경우 음향 성능은 훨씬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모비스는 또한 최근 디스플레이 혁신 기술을 집약해 만든 미래형 ‘디지털 칵핏(운전석)’을 공개하면서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디지털 칵핏은 차량 내 운전석과 조수석 앞에 설치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각종 주행 정보와 영상을 제공하고 외부와 통신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아레나 시스템과 관련해 “당장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비교·적용·검증해 보며 미래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며 “기술 협력 중으로 양산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