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1일 원희룡 후보가 “한 후보는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당권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7·23 전당대회 주자들 간의 설전이 비방전을 넘어 진실공방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한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원 후보를 겨냥해 “둘이서 사적으로 만나 한 얘기를 한참 지나서 입맛에 맞게 윤색해서 왜곡하니 이상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앞서 원 후보는 같은 방송에 출연해 “(5월 12일 한 후보와의 회동 때 서로) 당권에 도전을 안 할 것을 전제로 이야기가 됐었다”며 “(한 후보는) 총선 패배 책임 때문에 도전을 안 한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출마 선언을 하며) 급해졌는지 놀랐다”고 전했다.
이에 한 후보는 “내가 그분을 굉장히 열심히 도와줘서 ‘고마워서 밥 사겠다’고 만난 것인데, 그런 얘기(전당대회)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서로 그런 거 상의할 사이도 아니고, 그 때가 5월 초인데 무슨 전당대회 얘기까지 했겠나”라고 말했다.
한 후보 직전에 인터뷰를 했던 인요한 최고위원 후보에 대해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원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인 후보는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았을 때를 거론하면서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후보는 “기억을 잘 못하시는 것 같다”며 “인 후보는 지역구 출마를 거절한 분인데, 어떤 상의를 하겠나.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이후에는 전략과 메시지 등에 대해 충분히 자주 통화를 했었다”고 응수했다.
자신을 향한 ‘배신의 정치’ 프레임에 대해서도 불쾌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 후보는 “2024년에 배신이라는 말 많이 안 쓰는데, 그 세 분들은 입을 맞춘 듯이 시기도 정확하게 맞춰 일종의 공포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연판장 사태’를 겪었던 나경원 후보를 향해서는 “일종의 학폭의 피해자셨는데 지금은 학폭의 가해자 쪽에 서고 계신 것 같다”고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한 후보가 ‘채상병 특검법’ 수정 제안으로 탄핵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원 후보의 주장에 대해서도 “원 후보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를 상기시켰다. 그는 “당시에 국회 의석이 부족해서 탄핵된 게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잃었기 때문에 불행한 사태가 일어난 것”이라며 “국민의 마음을 잃는 어떤 임계점에 이르지 않게 방파제를 만들어야 하고 내가 그걸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도중 원 후보가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는 민주당원인가”라고 꼬집자 “원 후보는 2018년 무소속으로 제주지사에 나와 ‘민주당으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며 “원 후보처럼 탈당해서 입당하고 그런 다음에 민주당으로 갈 수도 있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맞받아쳤다.
한 후보는 ‘한동훈에게 윤석열이란 무엇인가’라는 청취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그리고 반드시 성공해야 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