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개발 수준 中에 못 미쳐… 전담조직 꾸린 제약사도 2곳뿐

[제약시장 판 바꾸는 AI] <2> 갈길 먼 韓 AI 신약개발
데이터 활용, 인력 부족 현상 심화
"유의미한 결과 내려면 수년 걸려"
대웅·JW중외제약, 자체 조직 보유
유한·한미 등 IT기업과 연구협력


국내 AI 신약개발 기술 수준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교할 때 아직 걸음마 단계다. 10대 제약사 가운데 AI 전담 조직을 보유한 곳은 대웅제약, JW중외제약 2곳뿐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뒤늦게나마 AI 전담 조직 설치, 자체 플랫폼 구축, 정보기술(IT) 기업과의 협업 등에 나서고 있다.


30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한국의 AI 기반 신약개발 기술(2022년 기준)은 미국의 74%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국(80%) 보다 낮은 수준이다. AI 신약개발 지원센터에서 집계한 AI 신약개발 기업에 대한 총 투자액은 6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상위 기업 한 곳의 투자액이 수조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주된 이유로 적절한 데이터의 부족, 데이터의 깊이, 데이터의 일관되지 않은 형식에 따른 활용도 저하가 지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AI 인력 유출이 많을 정도로 AI 신약개발 분야에서 전문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 신약개발지원센터가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62명 중 38명이 기업 내 자체 AI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자체 인력을 보유한 기업 중에서도 1명을 보유했다고 답한 기업은 37.5%에 불과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구축 단계부터 사람의 노력이 들어가야 할 부분이 많다”며 “AI 신약 개발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려면 최소한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최근에야 AI 신약개발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AI 조직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대웅제약은 올해 초 ‘데이지’를 구축하며 업계 최초로 자체 AI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향후 전임상, 임상, 시판 등 신약개발 전주기에 AI 활용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JW중외제약은 자회사인 C&C신약연구소의 ‘클로버’, 신약연구센터의 ‘주얼리’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클로버는 빅데이터 플랫폼이고 주얼리는 2만 5000여 종의 화합물 라이브러리다. 이노엔은 AI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이노썬(inno-SUN)’을 보유하고 있다. 이노썬은 신약연구의 가속화를 위해 유효물질, 선도물질, 후보물질 도출 등 각 단계에서 저분자 구조의 활성, 독성 등을 예측한다.


IT기업과 협업도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은 AI 신약개발 스타트업 아이젠사이언스와 항암신약 작용기전 규명을 위한 연구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보령은 AI 신약 벤처기업인 온코크로스와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적응증 확대를 위한 공동 연구개발에 나섰다. GC셀은 AI 진단기업 루닛과 유방암·위암 등 고형암 치료 후보 물질을 연구 중이다. LG그룹은 AI연구원에서 자체 서비스 ‘엑사원 디스커버리’를 활용해 분자구조 설계, 실험 등의 과정을 AI가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AI연구원 관계자는 “환자의 유전 정보와 암 세포의 돌연변이 정보를 이용해 암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신항원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며 “개인 맞춤형 항암 백신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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