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악몽 없다"…'가상의 파리'서 구슬땀

■ 스포츠과학지원센터 가보니
도쿄보다 적은 선수단 위기감 속
체력·심리·영상 분야 체계적 지원
경기장 VR 제작 통해 적응 돕기도
'과학 조언'에 선수들 호응 높아져
체육회·경기단체와 통합분석 진행

전재연(왼쪽) 스포츠정책과학원 국가대표지원센터장이 근지구력 측정을 돕고 있다. 진천=이호재기자

선수들의 회복을 돕는 고압 산소 치료 장비. 진천=이호재기자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파리 올림픽 사격 종목이 치러지는 샤토루 경기장을 VR(가상현실)로 그대로 옮겨 선수들의 적응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금메달 6개, 종합 16위.’


3년 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거둔 성적이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최악의 올림픽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대회 이후 한국 체육에 위기감이 엄습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올림픽에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 자체의 붕괴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달 개막하는 2024 파리 올림픽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참가 선수가 몬트리올 올림픽(50명) 이후 가장 적은 숫자인 150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도쿄 대회보다 적은 6개 미만의 금메달 획득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하는 선수들을 위해 국가대표 선수들의 스포츠과학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가 발 벗고 나섰다. ‘비장의 무기’인 발전된 스포츠과학을 통해 선수들이 기량을 끌어올리고 최선의 결과를 내도록 돕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으로 선수 지원을 총괄하고 있는 전재연 센터장은 최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아 센터 내 체력·컨디셔닝팀이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회복 및 처치, 영양 세팅 등의 관리를 대회 때까지 이어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센터 내 심리지원팀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배드민턴·역도 등 7개 중점 지원 종목 선수들의 심리 케어와 더불어 가상현실(VR) 장비를 활용한 대회장 간접 체험으로 적응도를 높이는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올림픽을 맞아 새롭게 만들어진 경기장이 많은 만큼 선수들이 대회장에서 느끼는 생소함을 없애고자 센터 내 연구원들이 직접 영상을 촬영해 선수들에게 VR로 제공하고 있다.


국가대표 심리 지원을 맡고 있는 장태석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박사)은 “사격 종목의 경우 파리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샤토루에 있는 사격장에서 경기가 펼쳐지는데, 이 경기장은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곳이다. VR 시뮬레이션 체험으로 선수들이 경기장을 미리 체험함으로써 적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영상 및 데이터 분석팀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드론이나 1인칭 카메라를 동원해 여러 각도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플레이 스타일을 분석하고 이를 데이터로 정리해 훈련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있다.


센터는 도쿄에서 부진했던 성적을 만회하게 위해 대한체육회와 각 종목 연맹, 지도자들과 협력도 강화했다. 센터에서 만든 과학적 프로그램을 선수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들과 ‘원 팀’으로 뭉치는 게 필수라는 생각에서다. 협력을 통해 각 종목 선수들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가능해졌고 문제점을 바로 파악해 개선하기 용이해졌다.


전 센터장은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이 저희의 피드백이나 과학적 조언을 전보다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 외국에 나가 경기를 하면 그곳에서는 어떤 스포츠과학 지원을 하는지 보고 배워서 우리에게 먼저 제안해주는 선수나 지도자도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대한체육회가 프랑스 현지에 마련한 사전 캠프부터 대회 현장 지원을 시작할 예정이다. 총 5명의 인원을 현지에 파견해 밀착 지원을 이어나가고 진천선수촌 스포츠과학센터에서 영상 분석 등 간접 지원 활동도 함께 펼칠 계획이다. 전 센터장은 “대한체육회 등 지원 단체들과 긴밀하게 협조해 남은 기간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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