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신용보증기금이 소상공인을 대신해 갚은 빚이 2700억 원에 육박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보는 코로나19 피해를 감안해 3년이나 원리금 상환 시점을 늦췄지만 소상공인의 자금난이 갈수록 심화하자 결국 신보가 대신해 빚을 갚은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정책자금과 보증부 대출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신보의 사례처럼 결국 부실 뇌관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보의 소상공인 위탁보증 대위변제 집행 규모는 26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1801억 원)에 비해 47.3%나 증가한 규모다. 올 들어 매달 440억 원씩 대위변제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상공인 위탁보증은 신보의 보증을 통해 소상공인이 은행에서 최대 4000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사업이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5월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3년 거치, 2년 분할 상환 구조로 설계됐으며 부실 발생 시 신보가 은행에 돈을 대신 갚는다.
신보의 대위변제가 급증한 것은 거치 기한이 끝난 뒤에도 소상공인의 경영 여건이 개선되지 않아 빚을 갚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분기별 자영업자·가계대출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10조 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큰 연체 규모일 뿐 아니라 지난해 4분기(8조 4000억 원)와 비교해 불과 3개월 만에 2조 4000억 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엔데믹 전환 후에도 자영업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상환 능력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소상공인을 무턱대고 지원한다면 부실은 잡지 못한 채 재정만 낭비할 것이 뻔하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체율이나 연체 규모가 앞으로 어느 정도 될지 미리 점검하지 않으면 상환 유예 조치가 더 큰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며 “상환 유예 이후에도 자영업자가 다시 연체에 빠지는 일을 막으려면 선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