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 전용차로의 버스통행속도가 승용차 통행속도 보다 늦어지는 등 버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버스 운영적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승용차 운행 제한 등을 통해 버스우선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버스회사에 대한 페널티를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한교통학회는 1일 서울 중구 프렌스센터에서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20주년을 기념해 ‘서울 버스의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버스회사의 경영 건전화와 운송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이명박 서울 시장 때인 2004년 7월 1일 도입됐다. 시가 버스업체의 운송수입금 부족액(적자) 등을 보전해주는 대신 취약지역 노선을 유지하는 등 공공성을 유지하는 제도다.
황보연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초빙교수는‘서울 버스 개혁 20년의 성과와 과제’란 주제 발표에서 "서울시와 버스 사업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버스 거버넌스를 통해 만들어진 준공영제로 노선 개편과 함께 중앙버스전용차로, 환승 할인 요금제, 수입금 공동관리를 통한 서비스 경쟁 등이 도입되면서 시민 만족도가 높아지고 이용객이 늘어나는 등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대중교통수단분담율이 점차 감소하고 승용차 통행이 코로나 이후 급증하는가 하면, 전용차로 버스통행속도가 승용차 통행속도보다 늦어져 버스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 22.3km/h에 달했던 중앙버스전용차로의 속도는 2022년 17.2km/h까지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승용차 속도는 14.4km/h에서 19.2km/h로 높아졌다.
황 교수는 “대중교통 운영 적자가 가중되고 있어 요금 인상과 지방정부 재정지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대중교통분담율 75%를 목표로 하는 대중교통체계 확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정책으로는 차량운행제한·교통유발부담금·주차요금 인상 등 승용차 수요관리와, 도로용량을 고려한 버스노선 배정·대중교통 우선신호 도입·중앙차로 BRT시스템 업그레이드 등을 제시했다.
그는 “3년 단위로 정기적으로 대중교통요금을 현실화하는 노력과 함께 버스회사의 경영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및 페널티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임삼진 한국환경조사평가원 원장은 ‘서울 시내버스의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서울의 낮은 버스 요금과 다른 선진국 도시에 비해 부족한 서울 버스 재정지원금을 지적했다. 임 원장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 버스 요금(월별 요금 기준)은 뉴욕의 36%, 런던의 41%, 파리의 53%, 도쿄의 74% 수준이다. 1인당 월 소득 대비 월 버스 요금 비중은 서울 1.62%로 런던 2.87%, 도쿄 2.52%, 뉴욕 2.33%, 파리 1.86%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 원장은 “감차를 통한 재정지원금 감축 방안은 전문가들은 물론 시민들의 지지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전문가들은 (버스회사에 대한) 서비스 평가제도의 현실화와 서비스 수준이 현저하게 낮은 회사의 퇴출 및 해당노선의 노선입찰제 시행을 통한 M&A 유도 등을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서울 시내버스 이용시민 만족도 조사’를 보면 ‘만족하는 편’이 63.2%로 가장 많았고, 보통(23.8%), 매우만족(9.0%)이 뒤를 이었다.
시내버스 요금 만족도는 적정이 50.6%로 절반 이상이었으며, 비싼 편(22.5%), 저렴한 편(20.6%) 순이었다. 버스전용차로 확대 등 버스 정시성 유지 위한 시내버스 우대 정책 강화에는 찬성 입장이 70%(동의하는 편 : 54.0%, 전적으로 동의 : 13.1%)에 육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