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을 맞아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지만 국내 면세 업계 주가는 바닥을 기고 있다. 과거 면세점에서 물건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성비에 집착하며 지갑을 닫고 있는 탓이다. 반면 일본 면세 업계는 역대급 엔저가 계속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강달러 기조가 완화된다 하더라도 바뀐 소비 방식 탓에 국내 면세 업계가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면세점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 비중에서 80%를 넘게 차지하는 호텔신라(008770)는 이날 5만 3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17.74% 하락한 수치다. 여행 수요 회복이 생각만큼 면세점 매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 5월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82만 명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월(51만 명) 대비 60%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은 겨우 5%가량 증가한 9852억 원에 그쳤다. 이에 외국인 1인당 소비 금액도 지난해 5월 184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30% 넘게 급감했다.
면세점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며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환율이 낮을 때는 관광객들은 일반 가게보다 면세점에서 3~50% 저렴한 금액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환율 탓에 면세점 구매 가격이 시중보다 오히려 더 비싸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행 수요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면세점 이용 회복은 예상보다 더딘 상황”이라고 짚었다.
증권 업계에서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져도 면세 업계 주가가 반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길어진 경기 침체로 가성비를 중시하며 다이소·올리브영 등 중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곳을 더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점에 대한 관광객 선호 악화, 중국 경기 부진 등 면세점업에 대한 우려가 전방위적으로 만연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 면세 업계는 국내와는 다른 양상이다. 일본 현지에서 사후 면세점업을 영위하고 있는 JTC(950170)는 올 들어 주가가 43.49% 상승했다.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격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인 관광객 회복과 더불어 내년에는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개최도 예정돼 있는 만큼 향후 미래도 긍정적이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엔저 흐름, 견조한 한국 수요, 중국 관광객 회복 등이 올해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본 정부가 환율 관리를 위해 나서고 있는 만큼 향후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 JTC 주가는 지난달 18일 일본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