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오는 8일부터 사흘간 총파업을 선언했다. 연봉 협상안에 서명을 거부한 조합원 855명에 대한 보상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은 데 따른 후속 행동이다. 삼성 안팎에선 전삼노의 총파업 선언을 두고 소수 강경 조합원을 위한 명분 없는 선택을 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사측과 임금협상을 벌여온 전삼노는 전날 협상 결렬을 공식화하며 노조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임금 무노동 총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1차 총파업을 하고 차도가 없을 경우 그 다음 주 2차 단체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삼노는 앞서 사측과 세 번에 걸쳐 중앙노동위원회 사후 조정회의를 진행하면서 일회성 여가 포인트(50만 원) 지급, 노사 상호 협력 노력 등에 대해 합의했다. 그러나 노조가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5.1%)을 거부한 강성 조합원 855명에게 보다 높은 임금 인상률을 적용하고, 성과급 기준도 개선해야 한다는 추가 요구를 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전삼노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과 처음으로 대면 협상을 진행하고 간담회에 앞서 사측 위원과도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만 8000명이 넘는 인원을 거느린 전삼노가 조합원 중 ‘3%’를 위한 선별적 임금인상을 협상 카드로 내세운 셈이다.
이를 놓고 전삼노 내부에서도 “강성 조합원들의 의견만 대변해 대표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파업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나선 일부 조합원만을 위해 노조의 권한을 남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855명에 대해서만 더 높은 임금인상률을 적용할 경우 형평성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며 “사측이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을 하고 이를 명분으로 총파업을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사업 전반에서 어려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노조 이기주의’까지 더해져 삼성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총파업의 명분이 뚜렷하지 못한 만큼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삼노는 지난달 7일 집단으로 연차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창사 이후 첫 파업을 진행했지만 저조한 노조원 참여로 생산 차질 등 실제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여기에 전삼노가 지난해 8월 확보한 대표교섭노조 지위가 오는 8월로 끝나는 만큼 종료 시점 이전에 전삼노가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