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까지 포함된 마약 밀수 조직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동남아에서 마약을 운반하면 1000만 원을 준다며 10대와 전과가 없는 이들을 운반책으로 모집해 범행을 실행했지만 국제 수사 공조로 덜미가 잡혔다.
2일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박성민 부장검사)는 마약 밀수 조직 관리책 A(23) 씨 등 15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다른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공범 B(31) 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캄보디아에서 필로폰 21㎏과 케타민 1.4㎏ 등을 국내로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4개 조직에 소속된 이들이 밀수한 마약류는 합성 대마 2.3㎏까지 합쳐 시장 가격 70억 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원 대부분은 캄보디아에서 필로폰 등을 국내로 운반하는 ‘지게꾼’ 역할을 맡았다. B 씨 등은 복대나 여행용 가방, 운동화 밑창에 마약을 숨기고 여객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왔다.
운반책들은 인터넷 등에서 ‘고액 알바(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모집책에게 연락해 마약 운반 대가로 10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범행에 가담했다. 모집책은 “몇 년째 같은 방법을 쓰는데 절대 걸리지 않아 안전하다”며 “해외에서 마약을 국내로 가져온 뒤 (야산에) 묻는 작업까지 할 사람을 구한다”고 운반책을 모았다.
적발된 운반책 가운데 고등학생 등 10대도 있었다. 만 19세 운반책 4명 중 한 명은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또 운반책 11명은 마약 관련 전과가 없는 초범이었으며 중국 동포(조선족)도 있었다.
4개 마약 밀수 조직 가운데 한 조직의 윗선은 지난해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를 유통한 공급책과 같은 인물로 드러났다. 그는 최근 캄보디아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고 검찰은 수사 후 기소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자수한 운반책의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를 시작하고 인천공항본부세관 등과 함께 공범들을 잇달아 검거했다. 이후 인터폴 수배로 베트남에 있던 A 씨도 검거해 국내로 송환했고 필로폰 15㎏과 케타민 1.5㎏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현재 해외 도피 중인 현지 발송책 등 공범 3명을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윗선은 운반책들이 수사기관에 적발돼 구속돼도 소모품처럼 ‘꼬리 자르기’를 한다”며 “세관이나 경찰 등과 수사 실무협의체를 꾸려 마약 밀수 동향이나 범행 수법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