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해 풍력발전기 특허 경쟁력 순위에서 덴마크를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중국이 태양광에 이어 풍력발전에서도 값싼 제품을 내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나가자 미국과 유럽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특허 조사 회사 ‘페이턴트리절트’에 의뢰해 풍력발전기 특허 경쟁력 점수를 산출한 결과 지난해 중국이 덴마크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2015년만 해도 중국의 특허 경쟁력 점수는 덴마크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풍력발전 기술 개발에 매진하면서 격차를 좁혀나갔고 지난해에는 근소한 차이로 덴마크를 앞섰다. 덴마크에는 세계 최대 풍력발전 터빈 기업으로 알려진 베스타스가 있지만 중국의 ‘풍력 굴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해당 점수는 중국이 2015년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0년간 풍력발전 분야에서 출원한 특허 총 16만 9822건에 국제 출원 여부, 경쟁사 주목도 등을 반영해 집계됐다. 2005년 이후 중국은 일본과 독일을 누르고 풍력발전 특허출원 건수에서 세계 1위를 유지했는데 지난해 특허 경쟁력 순위 1위를 차지하면서 질적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닛케이는 “중국의 풍력발전 특허출원 건수를 보면 (중국이) 연구개발에 얼마나 힘을 쏟는지 알 수 있다”며 “향후 제품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호장홍 규슈대 교수는 “과거 중국 기업들은 풍력발전의 선구자인 유럽 등으로부터 부품과 기술을 공급받았지만 현재 중국의 풍력발전 산업에서 내재화율은 90%에 이른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중국 풍력발전 업체들이 주목하는 분야는 대형 발전기다. 한 기당 출력이 큰 만큼 설치 대수를 줄일 수 있어 건설 및 유지 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또 대형 풍력발전기는 육상보다 강한 바람이 부는 해상에도 설치가 가능해 발전량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 최대 해상풍력 기업인 중국의 명양스마트에너지는 2025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기(1기당 22㎿)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닛케이는 “중국은 건설·보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풍력발전기 대형화 부문에서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며 “현재 60%에 이르는 세계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산 풍력발전기는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 기관인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7~12월 기준 중국산 풍력발전기 가격은 1㎿당 30만 달러(약 4억 1670만 원)로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발전기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중국은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중국 재생가능에너지학회에 따르면 중국산 풍력 터빈은 지난해 3.6GW 수출됐는데 전년 대비 60% 증가한 규모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풍력발전소(총 116GW 규모) 중 3분의 2가 중국산 발전기를 썼다.
미국·유럽 등은 중국의 태양광발전기가 세계시장을 잠식했던 전례를 되풀이할 수 없다며 자국 산업 보호에 팔을 걷어붙였다. 유럽연합(EU)은 중국산 태양광 패널 외에도 풍력 터빈에 대해서도 반덤핑 조사에 나섰다. 미국은 올 5월 태양광 전지에 대한 불공정 무역 관세를 기존의 2배인 50%로 올리는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사용에서 풍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7%에서 2030년 15%로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