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지율 반등을 꾀하기 위한 승부수로 던진 조기 총선이 4일(이하 현지 시간) 예정된 가운데 집권 보수당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혼란과 경제난 등 보수당 집권 아래 쌓였던 불만이 표심 이탈로 이어지면서 14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BBC는 1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1야당인 노동당이 40%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보수당은 노동당의 절반 수준인 20%로 2위를 기록했다. 극우 성향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이끄는 영국개혁당은 17%로 보수당에 바짝 붙어섰다. 조기 총선을 앞두고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자 노동당 내에서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이끈 1997년 총선(418석 확보) 때의 압승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수당은 120여 년 만에 가장 많은 의석수를 잃게 될 위기에 직면했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보수당은 이번 총선에서 전체 하원 의석 650석 가운데 140석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전인 2019년 총선(365석)과 비교하면 무려 225석이 줄어드는 셈이다. 조사 결과가 현실화하면 보수당은 246석을 잃었던 1906년 총선 이후 최악의 성적을 받아들게 된다. 이 경우 노동당은 직전 총선에서 220석을 더한 총 422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당의 집권하에서 어려워진 경제 상황은 보수층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2021년 8.7%에서 지난해 0.1%로 급격히 떨어진 가운데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1년 만에 최고 수준인 11%까지 치솟으며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 여기에 보수당이 주도한 브렉시트가 경제 악화의 주범이라는 비판이 커졌다.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EU) 회원국과의 무역에서 출입국 관리, 세관 검사 등 비관세 장벽이 많이 생기면서 기업들의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 상공회의소가 사업체 116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7%가 ‘브렉시트는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