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운운하며 유권자 겁줬던 마크롱, 극우·좌파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부메랑된 마크롱의 도박…'샌드위치' 중도 설 자리 잃나
극우·좌파 잡으려다 중도만 무너뜨려…극우, 주류로 성장


극우 돌풍을 잠재우기 위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총선 승부수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프랑스에서 중도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으로 극우와 좌파를 한 번에 잡으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중도 정부만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전략은 극우나 극좌를 찍으면 '내전'이 촉발될 수도 있다고 유권자들을 겁줘 중도에 표를 던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24일 한 팟캐스트에 나와 극우나 극좌가 총선에서 이기면 이들의 근본적 정책 성향 때문에 '내전'이 터진다고 주장했다.


극단 세력의 집권을 우려한 프랑스인들의 표심을 끌어모아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 보고자 한 그의 이런 전략은 그러나 극우 국민연합(RN)의 인기만 증명하는 결과를 낳았다.


초창기 반유대주의나 인종차별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수십년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져 온 RN과 극우 연합은 1차 투표에서 33.2%를 득표하며 명실상부한 주류 세력으로 성장했다. 이는 2017년 선거에서 마크롱의 중도파가 얻었던 득표율보다도 높은 수치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 르네상스를 비롯한 범여권(앙상블)은 3위로 밀려났고, 100석 이상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디언은 이처럼 충격적인 선거 결과의 배경으로 분열로 치닫고 있는 프랑스 사회의 현실을 꼽았다. 좌파는 거리로 나와 극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고, 외곽에서는 먹고살기 힘든 유권자들이 RN에 표를 던지는 등 프랑스 사회가 극단적으로 분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특히 과거에는 좌파나 중도우파가 극우의 집권을 막고 표가 분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손을 잡아 왔지만, 지금은 이런 상황이 재연되지 않고 있다고도 짚었다.


앞선 두 번의 대선에서 RN의 마린 르펜을 저지하기 위해 마크롱에게 표를 던졌던 좌파는 중도 진영에서 자신들을 극우와 똑같이 취급했다고 분노하며 중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오는 7일 2차 투표를 앞둔 프랑스는 이제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에 직면해 있다.


첫째는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에서 전망하는 것처럼 RN이 원내 1당이 되지만 절대 과반(총 577석 중 289석)은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원내 주요 정당으로 입지는 굳힐 수 있지만 정책 실현 과정에서 여러 걸림돌을 맞닥뜨릴 수 있다. 두 번째는 RN이 절대 과반을 차지해 총리를 배출하는 것이다. 프랑스 역사상 극우 정당이 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해 정부까지 구성한 적은 없었다. 이렇게 되면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가 총리가 되고 마크롱 대통령과 권력을 나누는 '동거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RN이 절대 과반은 확보하지 못하지만, 우파를 끌어들여 정부를 구성할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가디언은 어떤 경우든 RN이 프랑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RN의 궁극적인 목표는 르펜이 2027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며, 대선 승리까지 거머쥐게 된다면 이민을 규제하고 프랑스 국적자에게 일자리나 사회복지 등의 측면에서 우선권을 주는 등 대대적인 정책 변화가 있을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마크롱주의가 쇠퇴하고 있으며 중도가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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