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할 최저임금위원회 회의가 경영계인 사용자위원의 불참으로 파행을 맞게 됐다. 이는 노동계인 근로자위원이 최임위 투표 방해로 자초한 것으로, 남은 심의 기간 노사는 임금 수준을 두고 더 심한 대립이 불가피해졌다.
3일 경영계에 따르면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는 최임위 제8차 전원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이날 오후 최임위 사무국에 통보했다. 최임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 회의체다.
사용자위원 전원이 회의 불참을 결정한 이유는 전날 열린 제7차 회의에서 벌어진 일부 근로자위원의 투표 방해 탓이다. 당시 업종 구분 투표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위원은 표결을 막기 위해 위원장 의사봉을 뺏고 투표용지를 찢었다. 표결을 통해 업종 구분이 이뤄질 가능성을 우려해 투표 자체를 막은 것이다. 하지만 표결 결과 업종 구분은 반대 15표로 무산됐다.
이날 회의 이후 입장문을 통해 투표 방해를 비판한 사용자위원들은 전격적으로 차기 회의 불참을 결정했다. 사용자위원 측 경제 단체 관계자는 “근로자위원이 벌인 투표 방해에 대한 재발 방지와 남은 회의 정상화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인재 최임위 위원장도 근로자위원을 향해 투표 방해 행위 재발 시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일단 8차 회의는 정상적으로 열리지만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만 참여하는 ‘반쪽 회의’로 이뤄진다. 다만 특별한 의결 사안이 없어 조기 종료될 가능성이 있다.
사용자위원은 제9차 회의에는 복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노사 갈등의 골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원하던 업종 구분이 무산된 사용자위원 입장에서는 최임위 심의의 최대 난관인 수준 심의에서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년 연속 최초 요구안으로 임금 동결을 제시했던 사용자위원이 올해는 삭감안을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근로자위원도 업종 구분 불가가 당연하다고 주장해온 만큼 예년처럼 고율 인상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할 방침이다. 근로자위원이 올해 최저임금을 정할 때 낸 최초 요구안은 전년 대비 26.9% 인상안이었다. 수준 심의는 최초 요구안 이후 수정안을 재차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사용자위원 전원 불참으로 4일 회의가 파행을 맞으면서 최임위는 남은 심의에서 압박이 커질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법정 시한을 어긴 최임위가 지난해 기록했던 역대 최장 심의 110일을 올해 넘기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