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 재료값에 임대료도 안 나와"…서울 카페 폐업 역대 최다

1분기 폐업 7% 늘어난 1101곳
개업 점포는 전년보다 6% 감소
이상기후에 카카오·버터마저 상승
메뉴 축소에도 "팔수록 손해" 못버텨



“권리금을 포기하고 집기와 점포를 내놓았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해 폐업했습니다.”


서울시 강남구에서 9년 동안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던 A씨는 오랜 고심 끝에 카페를 접었다. 처음 카페를 창업했을 때만 해도 인근 카페가 3곳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을 비롯해 10곳이 넘는 경쟁업체가 등장하며 손님이 줄었다. 여기에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매출이 줄고 원재료비마저 상승하자 임대료를 낼 수도 없는 적자가 지속돼 폐업을 결정했다. 그는 권리금을 받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했고, 결국 집기는 중고거래를 통해 매도한 뒤 인테리어 원상 복구 비용 등 오히려 돈을 들여 카페 문을 닫았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다가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4일 서울시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폐업한 카페 수는 1101곳으로 전년 동기(1028개) 대비 7% 증가했다. 서울시가 2016년 3분기 상권 정보를 오픈한 이래 최다 폐업 수다. 반면 개업 수는 1147곳으로 전년 동기(1216곳)보다 6% 감소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폐업한 점포는 11% 늘었고 개업한 곳은 6% 줄었다.


경기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4분기 폐업한 카페 수는 984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폐업은 2% 늘었다.


폐업을 선택하는 카페들이 늘고 있는 것은 이상 기후에 따른 원재료 가격 인상 때문이다. 인스턴트 커피의 주재료인 로부스타 품종은 최대 생산국인 베트남에서 가뭄이 이어지며 생산량이 줄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달 국제 커피 원두 로부스타 품종의 1톤 당 가격은 4141달러 60센트로 지난해 동기 대비 50.9% 올랐다. 커피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국가에서 가뭄과 서리 등으로 가격이 1년 새 27.6% 급등한 톤 당 5012달러40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카카오 가격 인상에 초콜릿 커버춰도 가격이 급등했다. 미국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코아 선물 가격은 지난 달 기준 톤 당 7729달러로 전년 동기(3318달러)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주로 디저트 메뉴에 사용되는 ‘칼리바우트 커버춰’는 연초 이후 2.5㎏ 기준 가격이 35%가량 5만 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버터 가격도 오름세다. 버터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식물성 기름 공급량이 반토막 난 데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자영업자들이 가성비로 즐겨 쓰던 ‘앵커버터’는 연초 대비 평균 20%가량 올랐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메뉴 가격을 올려야 할 처지지만 여름 계절의 특성 상 디저트 비수기라 가격을 올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자영업자들은 음료나 디저트 메뉴를 축소하고 있다. 일부 매장의 경우 방문 고객이 줄자 배달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배달 수수료 부담까지 커지면서 “팔수록 손해”라는 입장이다.


개인 카페를 운영했다가 폐업한 한 자영업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겨우 버텼는데 경제 불황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재고가 떨어지면 다시 주문하기가 겁날 정도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해 결국 폐업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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