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카드사에서 실행됐던 카드론 등 대출 연체액이 3개월 연속 증가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카드 값을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어난 데다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카드사에게 돈을 빌리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 등 전업 카드사 8곳의 올 1분기 1개월 이상 신용카드 연체 총액은 약 2조 313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대비 10%(약 2208억 원) 넘게 증가한 규모로 금감원이 통계를 추산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1분기 기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2005년 경기 불황과 고금리의 여파로 발생했던 ‘카드 대란’ 사태 당시 1분기 연체액(2조 2069억 원)을 넘어섰다.
KB국민카드가 3428억 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약 708억 원 늘면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신한카드(517억 원), 하나카드(370억 원), 롯데카드(323억 원), 우리카드(247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업권 전반적으로 고물가·고금리 등 경기 악화에 따라 취약차주 중심으로 연체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다만 연체 규모는 관리 가능한 범위로 손실 흡수 능력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권들이 대출 문턱을 높인 것도 연체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과 저축은행 등이 리스크 관리를 목적으로 대출을 보수적으로 하다 보니 취약차주가 카드론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며 “가계의 소득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는데 고물가와 고금리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금융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높은 금리와 물가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한동안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민의 급전 창구로 불리는 카드론은 14%대의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잔액이 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우리·하나·롯데·BC·NH농협카드)의 5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0조 5186억 원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 규모였던 4월(39조 9644억 원)에 비해 5542억 원 늘면서 5개월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