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아들이냐" 고성·수면·독서까지…'밤샘' 필리버스터

여야간 비난 오간 22대 국회 첫 필리버스터
"대통령 탄핵 교두보" VS "진상 규명" 논쟁
박준태 6시간 50분 발언…현재까지 최장기록
의자에 기대 졸고, 책 읽는 의원들도 포착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채상병 특검법 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듣던 도중 얼굴을 매만지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전날 오후 3시 40분쯤 부터 이어지고 있다. 뉴스1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4일 오전 19시간을 넘어섰다. ‘밤샘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본회의장에서는 “임성근 아들이냐” “집에 가라”는 고성이 오갔고 일부 의원들이 잠에 든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채상병 특검법 필리버스터는 전날 오후 3시 40분경 시작돼 이날 오전 11시 50분 기준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토론을 진행 중이다. 앞서 유상범(국민의힘)·박주민(민주당)·주진우(국민의힘)·신장식(조국혁신당)·박준태(국민의힘)·서영교(민주당) 의원이 순서대로 발언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추진 절차·특검 후보자 추천 규정 등을 거론하며 특검법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교두보”라고 비판했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야당만의 후보 추천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특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까지 최장 발언 시간을 기록한 건 초선인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이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2시 30분경 발언을 시작해 6시간 50분 동안 토론을 이어갔다. 6시 5분경에는 사회를 맡은 주호영 국회부의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에 다녀왔고, 피로한 듯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발언하기도 했다. 박 의원이 토론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 의원을 포옹하며 격려했다.



유상범(왼쪽)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 반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 나서며 우원식 의장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발언대에 나와 물을 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자마자 본회의장에서는 ‘인사 논쟁’이 벌어졌다. 첫 주자로 나선 유 의원이 단상에 올라 회의장을 향해 인사한 뒤 발언하려 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저한테 인사 안 하시나”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이 “인사받으실 만큼 행동만 해주시면 인사한다”고 응수하자 회의장에 앉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사과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야 간 비난과 다툼도 이어졌다. 특히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비리 의혹’을 언급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주 의원이 “예를 들어 대장동 비리를 일주일이나 열흘 만에 민주당 인사 10명씩 입건해서 조사 받으러 나오라 하면 민주당 의원들은 수긍할 수 있겠나”고 하자 서영교 의원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그렇게 좋냐, 임 전 사단장 아들이냐”라고 외쳤다. 여기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 의원에게 “집에 가시라”고 받아치며 고성이 거세져 주 의원은 잠시 발언을 멈췄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4일 오전 국회에서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의 필리버스터(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듣던 도중 의자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졸거나, 독서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주 부의장은 이날 새벽 사회를 보던 중 의장석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민의힘의 김민전·최수진 의원은 전날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 30여 분 만에 의자에 기댄 채 잠든 모습이 생중계돼 최 의원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한준호·진성준 민주당 의원 등은 책을 읽으며 당번 자리를 지켰다.


채상병 특검법 필리버스터는 이날 오후 3시 40분경 중단될 전망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해 의장에게 종결 동의를 제출할 수 있고, 24시간 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종료된다. 종료 후에는 채상병 특검법의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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