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조 뭉칫돈…'손실방지 공모펀드' 통했다

■고사위기 공모펀드 시장 '활로'
목표전환·손익차등형 운용 규모
작년말 0.6조→7월 1.6조 급증
단기 변동장서 안정적 수익 확보
수익률 관리 원하는 투자자들 몰려

사진=이미지투데이

공모펀드 투자 분위기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목표전환형과 손익차등형 펀드에는 올해 1조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면서도 단기 변동성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피하고 싶은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새 유형의 공모펀드에 자금을 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목표전환형·손익차등형 공모펀드의 운용 규모는 총 1조 5988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연말 5991억 원과 비교하면 올 들어 1조 원가량이 증가한 것이다.


유형별로는 목표전환형 공모펀드의 순자산이 지난해 말 4053억 원에서 전날 1조 1292억 원으로 7000억 원 넘게 증가했다. 펀드 개수도 33개에서 52개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부터 국내 펀드 시장에 출시되기 시작한 목표전환형 펀드는 지난해 상품 3개의 총 설정액이 1938억 원에서 올해는 9개, 4696억 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목표전환형 펀드는 펀드별로 목표 수익률을 정해둔 뒤 이를 달성할 경우 포트폴리오를 단기채권 등 초안전자산으로 바꿔 운용 기간 수익을 유지하는 전략의 상품이다. 시장의 급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들쑥날쑥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손익차등형 펀드는 운용 과정 중 펀드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일정 수준까지는 후순위 투자자의 손실을 먼저 반영하는 펀드다. 예컨대 15%까지 손실을 방어할 수 있는 100억 원짜리 펀드는 15억 원의 손실까지는 일반 투자자에게 반영되지 않는다. 대신 수익이 날 경우 일부가 후순위 투자자에게 귀속된다. 통상 후순위 투자자로는 운용사의 계열사가 참여한다. 상품 구조상 수익 극대화보다는 원금 손실을 막고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목표전환형·손익차등형 공모펀드가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고사 직전인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자산운용사들이 자구책 격으로 새로운 유형의 상품을 내놓은 결과다.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면서도 손실을 꺼려하는 투자자들의 성향을 반영해 설계한 상품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꾸준히 유입된 것이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중소형 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신영·베어링·흥국·브이아이자산운용이 주식·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목표전환형 펀드를 연달아 내놓았다. 손익차등형 펀드 역시 VIP자산운용이 지난해 2월 처음으로 상품을 출시한 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 신상품을 내놓으며 흥행 몰이에 성공했다.


성과도 우수하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대신자산운용의 미국 장기국채 목표전환형 펀드는 출시 3주 만에 목표 수익률 7%를 달성했고 포트폴리오를 단기채권 등으로 변경해 펀드 만기인 10월 25일까지 운용한다. 미국채 30년의 가격이 지난해 12월까지 빠르게 오른 뒤 올 들어 금리 불확실성에 꾸준히 약세를 보였지만 빠르게 목표 수익률을 달성한 후 포트폴리오를 바꿔 수익을 보전하는 데 성공했다.


자산운용사들은 목표전환형과 손익차등형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공모펀드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한다는 각오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처럼 추후 수익이 발생할 것이 확실하지만 단기 변동성이 큰 자산에 대해서 투자를 꺼리고 있어 이를 공략하는 공모펀드가 새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며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해오던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관리할 수 있는 유형의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