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실업률 상승 등 예상치 못한 경기 둔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만큼이나 노동시장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들어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지표가 잇따르면서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연준은 3일(현지 시간) 공개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다수의(a number of) 참석자는 경제가 예상치 못하게 약화되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통화정책 측면에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회의록에 등장하는 ‘다수’라는 표현에 대해 구체적인 숫자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경제학계에서는 5명 안팎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6월 FOMC 점도표에서 연내 2차례의 금리 인하를 전망한 위원 8명 중 상당수가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주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위원들은 강경론을 펼쳤다. 회의록은 “몇몇(several) FOMC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지속되거나 반등할 경우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내 금리 동결을 전망한 연준 위원이 4명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연준 내에서는 경기 둔화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인플레이션 우려와 비등하거나 더 크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급격한 둔화를 야기할 수 있는 리스크로는 △노동시장 △저소득층 소비 감소 △상업용 부동산 부실 등이 지목됐다. 핵심은 노동시장이다. 회의록은 “많은 참가자들은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고하지만 구직자 1인당 구인 건수가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점, 또 해고 증가로 고용이 지금보다 더 둔화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지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날 노동부가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5월 구인 건수는 814만 건으로 집계돼 구직자 1명당 구인 건수는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인 1.22건으로 낮아졌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1.19건)이다.
일부 연준 위원들은 일자리 감소가 가파른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회의록은 “여러 위원들은 노동시장의 정상화 추세와 맞물려 추가적으로 인력 수요가 약화된다면 실업률은 그동안 올랐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고 언급했다.
고금리 효과에 따른 고용 둔화 추세는 더욱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이날 고용 정보 업체인 ADP에 따르면 6월 민간 부문 신규 일자리는 15만 건 늘었다. 시장 전망치(16만 3000건)를 밑돌고 5월(15만 7000건)보다 줄었다.
반면 실업 관련 지표는 상승 추세다. 노동부에 따르면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 8000건으로 전망치(23만 4000건)와 직전 주 수치(23만 4000건)를 모두 웃돌았다. 실업수당 증가는 예상치 못하게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185만 8000건으로 집계돼 9주 연속 상승했다. 지나 볼빈 볼빈웰스매니지먼트그룹 볼빈 회장은 “골디락스 시나리오에 부합하는 지표”라며 “침체에까지 가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킬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서비스업 경기 관련 지표는 발표 기관에 따라 다소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6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8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치인 53.8에서 5포인트나 낮은 수치이며 예상치 52.6 또한 밑돌았다. 50을 기준으로 이를 밑돌면 서비스업 경기가 위축 국면에 있다는 의미다. ISM의 조사는 그동안 미국 고물가의 주요 원인인 서비스업의 수요 둔화가 본격화해 인플레이션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이 발표한 6월 서비스업 PMI 예비치는 55.3으로 집계돼 여전히 서비스업 경기가 확장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P글로벌 서비스 PMI는 두 달 연속 상승세다.
연준이 노동시장 둔화 흐름에 주목하자 금리 인하 기대감은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9월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73.5%로 전날 68.9%보다 올랐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0.51%, 0.88%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7.3bp(1bp=0.01%포인트) 내려갔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