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제프 베이조스, 보유주 매각…빅테크 '주가 고점론' 불 지펴

젠슨 황, 엔비디아 시총 3조달러 뚫은
6월 한달 동안 2300억원 어치 매도
베이조스, 아마존 주가 최고치 찍은 날
매각 계획 제출…'폭락' 우려 불지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EPA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AP연합뉴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3일(현지 시간)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증시 랠리를 이끄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창업자들이 잇따라 보유주를 매각하면서 주가 고점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를 인용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올 6월 한 달간 엔비디아 주식 130만 주, 총 1억 6900만 달러(약 2300억 원)어치를 팔았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를 창업한 황 CEO의 보유 지분은 약 3.5%이며 엔비디아 주식이 대부분인 그의 재산 가치는 총 1130억 달러(약 156조 7000억 원)로 전 세계 13위다.


주목할 것은 그가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3조 달러(약 4143조 원)를 처음 돌파한 달에 주식을 매도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 시총은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6월 1조 달러를 넘은 뒤 8개월 만인 올해 2월 2조 달러를 돌파했고 이로부터 4개월이 지난 6월 5일 ‘3조 달러’ 벽을 뚫었다.


이번 주식 매도는 3월에 수립된 ‘10b5-1’ 규정에 따라 진행됐다. 내부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경영진이 자사 주식을 매도하려면 이러한 규정에 따라 SEC에 미리 매매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황 CEO는 내년 3월까지 약 1조 원어치의 엔비디아 주식 60만 주(10분의 1 분할 전)를 팔겠다는 계획을 제출했으며 매각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황 CEO가 엔비디아의 주가가 단기 고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보유주를 매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가 처분한 주식의 평균 단가는 130달러로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18일 종가(135.58달러)보다 불과 5.38% 낮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회장도 보유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2일 장 마감 후 SEC에 아마존 주식 2500만 주를 추가로 매각할 것이라고 신고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아마존 종가가 2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날이다. 올 들어 아마존 주가는 31.97% 상승해 지난달 미국 기업 중 다섯 번째로 2조 달러를 넘어섰다. 베이조스 창업자가 50억 달러(약 6조 9000억 원)에 달하는 보유주 매각에 성공하면 올해 그가 팔아치운 아마존 주식 규모는 총 135억 달러(약 18조 6700억 원)가 된다. 그는 9%의 지분을 보유한 아마존 최대주주다.


최근 들어 AI 기업들의 주가 거품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빅테크 창업자들의 잇따른 자사주 매각은 이런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적어도 AI의 거시경제적 영향에서 부풀려진 기대의 정점 부근에 있다”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