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임 금융위원장, 신관치 논란 벗고 금융 선진화 앞당겨야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 금융위원장 후보로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금융정책과 거시경제정책을 폭넓게 경험한 정통 경제 관료로 미주개발은행(IDB) 근무 등을 통해 국제적 감각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후보자의 시급한 임무는 금융감독원과의 관계 및 역할 재정립이다. 현행법상 금융위원회는 금융정책을 수립하고 금감원은 금융위의 지도·감독을 받아 시장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이런데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측근인 이복현 금감원장에 가려 존재감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원장은 금융사 지배구조, 상법 개정안, 배임죄 폐지 등 민감한 이슈에서 주무 장관을 제치고 거침없는 발언을 해왔다. 양대 금융 수장이 공매도 금지 및 재개,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 가상자산 등의 현안에서 엇박자를 보이면서 불필요한 시장 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나라는 세계 수준의 경제 규모, 우수한 정보기술(IT) 인프라, 한류 열풍 등으로 인해 국제금융의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을 내놓았지만 20여 년째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규제와 관치 등 후진적인 금융 환경 때문이다. 역대 정부는 금융 소외계층 지원에 중점을 두고 금융 경쟁력 강화와 자본시장 선진화는 뒷전이었다. 현 정부도 은행권에 상생금융 지원을 압박하는 등 ‘신(新)관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사이 은행권은 수익원 다각화를 이루지 못하고 이익의 90%를 이자 장사로 챙기는 ‘천수답 경영’에 의존해왔다.


김 후보자는 내정 소감과 관련해 “늘 시장과 소통하면서 금융시장 안정, 금융산업 발전, 금융소비자 보호, 실물경제 지원이라는 금융정책 목표가 조화롭고 균형되게 달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약속대로 금융 관련 법과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선진화해 금융허브 육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청사진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금융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기업 투자와 실물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다. 또 킹달러와 슈퍼 엔저 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가계·기업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따른 금융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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