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요국들 반도체 총력전 펴는데 파업으로 발목 잡는 韓 노조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10일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8일부터 사흘간 창사 이래 첫 파업을 벌인 데 이어 돌연 무기한 파업을 선언한 것이다. 전삼노에 따르면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6540명 중 반도체 설비·제조·개발(공정) 직군이 5211명이다. 해외 주요국들은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총력 지원을 하면서 뛰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노조는 파업을 벌이면서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심지어 전삼노는 ‘생산 차질’을 파업의 목적으로 내세웠다. 노조 측은 파업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생산 차질, 품질 사고 등의 사례를 노조원들로부터 제보받아 향후 공개하겠다고 한다. ‘우리가 회사를 이렇게 망가트렸다’고 광고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당혹스러울 뿐이다.


주요국의 민관정은 원팀으로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 임하고 있다. 미국·중국·대만·일본 등의 정부와 정치권은 지원법 제정을 통해 수십조 원의 보조금을 쏟아붓고 기업들은 분초를 다투며 초격차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대만 TSMC가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고 일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그에 따른 결과다. 미국은 9일 첨단 후공정(패키징) 분야에도 최대 16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를 투입하겠다는 새 지원책을 발표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국회가 반도체 지원법마저 제때 처리하지 않아 기업들만 고군분투하고 있다.


노조의 파업은 올해 겨우 흑자로 돌아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글로벌 반도체 대전에서 한발 뒤처진 한국이 다시 치고 나가려면 노사가 함께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협력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금속노조는 10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의 입법을 촉구하며 1차 총파업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노란봉투법에 더 강한 반(反)기업적 조항을 넣어 재발의했다. 노조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불가능하도록 법 조항을 수정한 데다 근로자·사용자 범위를 모호하게 정의해 ‘파업 조장법’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다시 선도자가 되느냐, 아니면 추격자로 전락하느냐의 기로에 놓였다. 삼성전자 노조와 금속노조 등은 자해 행위나 다름없는 파업을 멈추고 전략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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