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국유 금융기관 임원들의 연봉 상한을 300만 위안(약 5억 7000만 원)으로 제한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현지 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은 연봉 한도가 민간투자가가 지원하는 금융기관을 제외한 모든 국유 은행·증권사·뮤추얼펀드업체 등에 적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해당 조치가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상황에서 금융업계의 사치와 향락주의를 근절하고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강화해온 것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당국은 연봉 상한을 설정하더라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소급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최근 몇 년간 300만 위안 이상을 벌었던 임원들은 초과 금액을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 앞서 블룸버그통신 역시 지난달 “중국 정부가 금융기관 고위직들을 대상으로 연봉 상한선을 40만 달러(약 5억 5400만 원)로 정하고 이를 초과해 받은 급여와 보너스를 반납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 부진에 균등한 부의 분배를 강조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에 부합하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서 엘리트들이 종사하는 대표적 업종인 금융업계는 2022년 국유기업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의 젊은 직원이 소셜미디어에 높은 급여를 공개했다가 대중의 분노를 산 이후 정책 입안자들의 규제 타깃이 됐다. 당시 1990년대생으로 알려진 이 신입 직원은 월급이 8만 위안(약 1530만 원)이라고 자랑했다가 질타를 받았다. 중국에서 초봉 1만 위안은 극소수만 누리는 고임금으로 통한다.
중국 정부는 금융기관 임직원의 급여 관련 지침을 내려 고임금 통제에 나섰고 경제·금융 분야의 고위직들을 겨냥한 반(反)부패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만 업계 관계자 30명 이상이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류롄거 중국은행 전 서기·회장과 리샤오펑 광다(에버브라이트)그룹 회장 등 최소 101명이 부패 혐의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 금융업계는 당국 단속과는 별개로 최근 지속된 하락장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익이 급감하는 등 어려움이 커졌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윈드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중국 증권업계는 지난해 2년 연속으로 임금이 하락했고 상위 10대 기업의 임금 인하폭은 전년 대비 1.2~27%에 달했다. SCMP는 “증시가 주춤하고 경기 회복이 부진한 가운데 주택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중국 금융업계 업황이 당장 개선되지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