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이용해 설치 작품을 제작하는 강익중(64)이 한국인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집트의 기자 피라미드 앞에서 열리는 연례 전시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에 참여한다.
행사를 주최하는 ‘아르데집트-컬처베이터(Art D’Égypte by Culturvator)’는 “10월 24일부터 11월 16일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기자 피라미드에서 열리는 포에버 이즈 나우’ 에디션에서 강익중을 최초의 한국 작가로 초청한다”고 5일 밝혔다.
이집트 관광유물부 등 이집트 주요 정부 부처와 유네스코가 후원하고, 이집트의 예술 기획사인 ‘아르데집트-컬처베이터(Art D’Égypte-Culturvator)’가 주관하는 이 전시는 피라미드에 현대 예술가들을 불러 모아 국제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목표로 2021년부터 매해 가을 열리고 있다. 지난 세 차례에 걸친 에디션에서는 매해 15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으며, 소셜 미디어에서 10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인기도 높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글로벌 작가는 총 10인으로 작가는 이곳에서 신작 ‘네 개의 신전(Four Temples)’을 만들어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는 2023년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아인샴스 대학에서 대학생 350여 명과 함께 한글로 ‘내가 아는 것’을 쓰고 색칠하는 워크숍을 치른 바 있다. ‘네 개의 신전’은 당시 그가 방문했던 이집트 고대 신전에서 영감을 받은 대형 설치 작품으로, 외벽은 한국 전통 민요 ‘아리랑’의 가사를 한글, 상형 문자, 아랍어, 영어로 직접 쓰고 그려 꾸미고, 내부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각자의 꿈을 그린 5000여점의 드로잉 벽화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지구상의 분열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는 소통과 교류를 통해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공유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의 조화와 화합을 보여주면서, 과거(피라미드)와 미래(전 세계 사람들의 꿈)를 연결하는 주제도 담는다.
강익중은 1984년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미국의 유명 미술학교인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수학했다. 유학 시절 넉넉지 않은 형편 탓에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작가는 큰 그림을 그릴 여유가 없어 작은 캔버스를 직접 만들고 그림이나 각종 기호, 문자 등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작가를 대표하는 ‘3인치 작품’이 이 시기에 탄생했다. ‘3인치 작품’은 가로, 세로 각각 3인치(약 7.6cm) 크기의 작은 정사각형 캔버스에 그린 그림이나 글자 등을 수천, 수만 개 모아 대규모로 설치하는 작업이다. 지난 1997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는 해당 작품으로 한국관 작가로 참여해 특별상을 받았으며, 2010년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 작업과 2020년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광화문 아리랑' 등 국내외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현재 작가는 지난 4일부터 자신의 고향인 충북 청주 청주시립미술관에서 자신의 대표작을 모은 개인전을 열고 있다.